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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 이기는 항생제 나올까?


지난해 영국에서는 사회적 난제 해결에 1000만 파운드를 내건 상이 제정됐다. 우리 돈으로 172억 원. 노벨상 상금이 약 16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액수 차원에서 볼 때 1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상금이다. 이름하여 경도상이다.

마법의 탄환으로 불리는 항생제는 수 많은 인류를 질병에서 구했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의 박테리아가 출현,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 telemundo47.com

노벨상보다 10배가 넘는 상금 172억 원

1714년 영국 의회에서 제정한 경도상이 정확하게 300년이 흘러 다시 경도위원회(Longitude Committee)가 꾸려졌으며 경도상이 다시 부활했다. 이번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앞장섰다. 그의 제안에 따라 영국의 국립과학예술재단(NESTA)가 주도했다. 상금도 1000만 파운드로 올렸다.

문제의식은 300년 전과 동일했다. 인류에게 절체절명인 난제 해결이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옛날에는 주제가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가지로 선택의 범위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물론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결국 하나의 주제가 선정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18세기에는 한 가지 문제로 수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사회적 문제가 많다는 점”이라고 경도위원회 위원장인 마틴 리스 경(Sir Martin Lees)이 말했다.

“우리는 21세기의 해리슨을 찾고 있다”

제영국 BBC 방송은 “어딘가에 스스로 과학자라고 여기지 않으면서도 우리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영감을 제시할, 또 다른 존 해리슨이 어디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경도를 발견한 해리슨이 시계공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네스타의 제프 멀건 대표도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고의 대학, 최고의 과학자에게 찾아가 해결해 달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18세기의 ‘경도상’이 그랬듯이 공론에 부쳐 누구라도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첫 경도상이 바다에서 무수한 생명을 구하고 항해의 역사를 바꿨듯이 300년 후의 경도상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영국 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이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2014년 12개 이슈들’ 가운데 경도상을 포함시켰다.

그렇다고 후보가 당장 나와 당장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해결책이 나온다 해도 증명해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 매체들은 “당선 아이디어는 2020년쯤에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2014년 인류 난제 후보로는 ▲항생제 내성 증가를 막을 수 있는가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고 비행할 수 있는가 ▲모두에게 영양가 있는 식량을 지속 가능하게 제공할 수 있는가 ▲치매 환자를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할 수 있는가 ▲신체 마비 환자의 운동 능력을 되살릴 수 있는가 ▲모두가 안전하면서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는가 등 6가지이다.

경도상위원회는 이 후보주제들을 발표한 후 일반인의 투표를 거쳐 ‘항생제 내성’을 주제로 결정하였다. 영국 BBC 방송은 작년 9월 “경도상 위원회가 제시한 6개 주제에 대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 결과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경도상 위원회가 곧 다시 모여 항생제 분야에서 도전 목표를 구체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트 항생제 시대는 끔찍한 미래

항생제 내성 문제는 실로 세계적 난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항생제가 통하지 않아 비롯되는 ‘항생제 이후 시대’가 도래해 단순한 감염이나 상처로도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의학연구기금인 웰컴트러스트의 제러미 패러 박사는 “항생제야말로 현재 의학이 이룬 다양한 성취의 기반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항생제 내성이 확산돼 장기 이식부터 암 치료까지 당연시 여기는 기술성과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투자 하지 않아 

박테리아와 항생제의 싸움에서 박테리아가 이기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1990년 이후 새로운 종류의 항생제가 개발되지 않아 상황이 더 악화됐다. 왜 개발되지 않은 걸까? 과학기술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다. 적어도 지금보다 잘 듣는 항생제 개발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항생제 개발에는 돈이라는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한다. 희귀한 불치병에 대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세계적으로 많게는 수십만 명, 적게는 몇 백 명에 불과한 환자를 위해 제약회사는 연구개발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까?

항생제 개발에서도 마찬 가지다. 대형 선진 제약회사들은 이제 항생제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다.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한다 해도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수 많은 종류에 하나가 추가될 뿐이며, 더구나 환자는 몇 일에서 몇 개월 정도 밖에 이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도상, 항생제 개발에 탄력을 불어놓을 것

그러나 새롭게 제정된 경도상이 항생제 신약 개발에 탄력을 불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틴 리스 경도상 위원장은 “독창적 사고로 혁신과 발명을 통해 항생제 내성이란 난제를 푸는 속도를 높이는 데 경도상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수많은 인류를 구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슈퍼박테리아처럼 항생제 내성은 또 다른 인류의 위협으로 등장했다. 경도상이 주는 의미도 그렇다. 항생제 내성 해결이야말로 인류를 구할 수 있는 중요한 비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인류 최대 숙제로 꼽히던 항생제 내성문제가 해결 가능성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 기존 항생제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해 내성 가능성을 크게 낮춘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했다. 실제 신약 개발까지 몇 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약개발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물질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 100여가지 항생물질이 발견됐다. 그러나 1987년 이후는 단 하나의 새로운 항생물질도 발견되지 않았다. 기존 항생제들마저 대부분 내성이 생겨 효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는 항생제 개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과학자들이 발견한 항생물질인 테익소 박틴은 황색포도상구균을 비롯해 슈퍼박테리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테익소박틴의 분자구조 ⓒ위키피디아



새로운 테익소박틴, 내성 가능성 크게 낮춰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 항균제발견센터와 독일과 영국 연구진들이 새로운 항생물질인 테익소박틴(teixobactin)을 발견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1987년 이후 새롭게 발견된 항생물질은 없었기에 테익소박틴 발견은 28년 만의 낭보다.

연구진에 따르면 테익소박틴은 쥐 실험에서 황색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장구균 등에 효과를 나타냈다. 테익소박틴은 기존 항생제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내성 가능성을 크게 낮췄다. 기존 항생제는 박테리아의 특정 단백질을 공격하는데 다른 단백질을 가진 박테리아가 등장하면 항생제의 공격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테익소박틴은 박테리아 세포벽의 구성물질을 공격한다. 단백질과 달리 세포벽의 구성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

테익소박틴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가진 반코마이신은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등장하기까지 약 30년이 걸렸다. 연구팀은 테익소박틴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나타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돼도 내성균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늘 새로운 항생물질을 찾는다. 테익소박틴은 내성균 등장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테익소박틴을 발견한 배양법을 사용하면 새로운 항생물질을 추가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연구를 이끈 킴 루이스 박사는 “테익소박틴에 대한 내성이 나타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테익소박틴을 이용한 신약 개발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신약이 나오기까지 5~6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개발 비용은 10억~20억 달러로 추산된다.

2050년 항생제 내성 대응비용 10경 원에 이를 것

영국 정부 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는 2050년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의 비용이 연간 63조 파운드(10경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2050년 세계에서 100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할 것으로 내다 봤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본부는 미국에서만 매년 항생제 내성균에 200만 명이 감염되고 2만3000 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망망대해서 방향을 몰라 갈팡질팡 헤매는 선원들에게 훤한 길을 열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해준 경도상. 이제 인간에게 아주 위협적으로 다가온 인류 최대의 난제 ‘항생제 내성’을 해결하는 새로운 마법의 탄환이 나올지 기대된다.

  • 김형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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