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1. 책을 읽다

이미지

도서명 표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글쓴이
박지리 저
사계절
평균
별점9.7 (55)
ena

1.

읽으면서,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의식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악()을 목격하고 괴로워하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악은 척결되지 않을 것이란 예감.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내 예상보다도 더 파국적으로. 정유정의 『종의 기원』보다도 더 충격적으로. 정유정의 『종의 기원』에서 악인(惡人)은 악인으로 남았으며
단죄 받지 않을 뿐이었다. 박지리는 악이 단죄 받지 않을 뿐더러 악이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우뚝
서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 비관적 세계관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2.

세 가족이 있다. 아버지들은 친구였다.
완벽하다고 여겨졌지만, 열여섯의 나이에 살해된 제이 헌터와 낙오자가 될 것 같았지만 그의
죽음 이후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어 문교부 차관 자리에까지 오른 니스 영
,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버즈 마샬
. 제이 헌터의 조카 루미 헌터와 니스 영의 아들 다윈 영, 버즈 마샬의 아들 레오 마샬은 제이 헌터가 죽은 나이인 열여섯이 된다. 다윈
영과 레오 마샬은 누구나 선망하며 창창한 앞길을 보장하는 프라임스쿨의 학생이고
, 루미 헌터는 프라임스쿨에
대응될 만한 프리메라 여학교의 학생이다
. 제이 헌터는 프라임스쿨에 합격했지만 친구들과 놀기 위해 입학을
포기하면서
(실제는 그런 이유가 아니었지만) 신화적인 인물이
되었고
, 버브 마샬은 프라임스쿨이라는 숨막힌 기숙학교가 싫어 일부러 시험을 망쳤다고 했다(역시 실제는 그렇지 않았지만). 니스 영은 프라임스쿨은 꿈도 꾸지
못할 성적이었다
. 모두 자신의 선택과 관련해서는 비밀을 간직한 인물들이었고, 관계는 대를 이어가며 이어진다.

 

3. 아이들의 현재가 아버지에게서 이어지듯, 아버지들의 과거와
현재도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왔다. 비극은 그들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다.
혹은 그렇게 믿는다. 그들 아버지에게서 온 비극도 사실은 그들의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리라. 그렇다면 악의 기원
종의 기원처럼 정말로 아주 오래 전 인류가 하나의 종(
)으로
확립되면서부터이지 않을까? 아니 생명의 기원부터?

- 너무 많이 나갔다. 어쨌든 제목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다. 다윈
영이라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인물이 어떻게 악을 받아들이고, ‘완벽한
인간이 되는지를 그렸다. 마치 악을 품지 않고서는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처럼. 진실 찾는 걸 포기해야만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4.

박지리가 그린 세상은 기이하다. 1지구에서 9지구까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는 사회다. 상위 지구로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 각 지구마다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철저한
신분 사회야말로 인간의 본성에 맞는 것이며
, 그렇게 함으로써 안전이 유지되고,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적어도
1
지구의 사람들은. 그런데 다른 지구 인물들도 아마 그렇게 믿고 있는 듯하다. 사회의 혼란은 60년 전 12월의
폭동이 마지막이었다
. 60년의 안정. 이런 불평등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고 그린 것 자체가 작가의 사회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다
.

 

5.

우리나라 작가가 등장인물로 한국인(또는 한국인 이름을 갖는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는다는 점 역시 특이하다. 가상의 세계이고, 세계가 하나의 나라로 가정되어 있으니,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 당연히
미국식 이름이 통용되고 있으리라는 가정이리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독특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 프라임스쿨이 원래는 수도원 건물이었다는 점이나 여러 분위기는 유럽의
어느 도시를 상상하게 하지만
, 그래도 작가는 외국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먼 곳을 가리키는 듯 하지만 그건 속임수다.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속임수
. 작가는 분명히 이 나라를 가리키고 있다. 이 사회의
구조를 가장 억압적인 양상으로 비틀면서도
,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구조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6.

박지리라는 작가가 그린 세계와 인물들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 소설에 빠져들었다. 뻔한 권선징악, 또는 뻔한 파멸이 아니라 여운을 가질 수 있었다. 예감은 했지만, 만일 그런 권선징악, 또는 파멸의 소설이었다면 마음은 편했을지 모르지만 이 소설을 금방 잊고 말았을 것이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ena님의 최신글

  1. 작성일
    16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16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6.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6.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6.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6.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사락공식공식계정
    작성일
    2025.6.4
    좋아요
    댓글
    56
    작성일
    2025.6.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2
    좋아요
    댓글
    132
    작성일
    2025.6.2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6.5
    좋아요
    댓글
    96
    작성일
    2025.6.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