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7.12.8
문학 속의 철학
- 글쓴이
- 이현우 저
책세상
7편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로쟈가
다루는 작품은 이렇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
마지막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의 『사랑에 빠진 여인들』에 관해서는 두 장을 할애하고 있다(왜 이 작품만 두 차례에 걸쳐 강의를
했는지 좀 의아하긴 하다-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이 작품들을 통해서 접근하고 있는 철학적 주제는 윤리의 기준, 악, 인간의 본질, 인생의 의미, 예술, 깨달음, 성(性)으로 굉장히 본질적인 것들이다.
많은 작가들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을 남긴 작가들이 정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썼는지, 그리고 그 생각들은 어떻게 바뀌어 갔으며, 그 변화는 어떻게 작품 속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다루고 있는 책들을 읽지 않았음에도 별로 낯설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서평가로서 이현우가 좋은 서평을, 서평을 읽으면 마치 그 책을 읽은 것처럼 여겨지는 서평이라고 한 것과 관련이 있다(내 생각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난 서평을 읽으면 그 책을 읽어야 할지 읽지 말아야 할지 도움을 주는 서평이 훌륭한 서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서평가로서의 장점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는 셈이다. 『안티고네』나 『캉디드』를 직접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이런 책도 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그런데 의아한 점은
왜 이 책들을 선택했는지 하는 점이다. 모두 위대한 작가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작품들이 그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데
작가의 이름을 대면 바로 나오는 작품은 좀 다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소포클레스하면 『오이디푸스』, 도스토옙스키하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혹은 『죄와 벌』, 톨스토이하면
『전쟁과 평화』나 『안나 카레리나』, 제임스 조이스하면 『율리시즈』,
헤르만 헤세하면 『데미안』, 로렌스하면 『채털리 부인의 사랑』 이렇게 떠오르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그렇고 서양에서는 아니라고도 하지만(특히 헤르만
헤세의 경우엔 『싯다르타』가 가장 널리 읽힌다고 한다) 그래도 좀 일반적인 선택은 아닌 셈이다.
또 하나 의문이 드는
점은 왜 이 작가들을 택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작가들의 이 작품이 그가 고른 철학적 주제를 이야기하는
데 가장 중요하며, 가장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이현우는
이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더 본질적인 의문은
이 철학적 주제는 어떻게 골랐을까 하는 것이다. 역시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는데, 내 추측은 이렇다. 아마도 작가 먼저 골랐을 것 같다. 보편적이기 위해서 고대 그리스의 소포클레스부터 시작했을 것 같고, 그
다음에는 철학적 주제와 관련해서 적당히 골랐을 것 같다. 책은 좀 아웃사이더적인 느낌으로 고르지 않았을까? 모두가 대표작이라고 하는, 더 많이 읽었을 것 같은 책이 아니라, 대표작 중 하나이긴 하지만 좀 다른 책을 고른다는 느낌. 물론 작가와
작품을 설명하고, 철학적 주제에 관해서 논하는 중에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상당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작가의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 셈이다.
무슨 의미일까? 그건 이 책이 철학이 아니라 문학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문학 속의 철학’이라고 했지만,
그가 오마쥬하고 있는 철학자 박이문의 『문학 속의 철학』과는 달리, 문학이 중심이다. 문학을 통해서 철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문학 속에
철학이 어떻게 녹아 들어가 있는가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그래서
이 책은 별로 어렵지 않다. 철학도 쉽게 이해되고, 문학도
쉽게 이해된다. 그래도 고르라면, 철학보다는 문학이 앞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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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