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8.1.20
눈보라 체이스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소미미디어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의 특징 내지는 장점이라고 하면, 추리의 복잡함이라 기발함이 아니라 스토리라고 본다. 결말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관계가 사건을 수긍하게 하고, 혹은 놀랍게 한다. 그래서
책을 덮으면 속았다, 놀랍다는 식의 반응 아니라 조용히 전체 이야기를 되새기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읽었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잘 읽었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 면에서 『눈보라 체이스』는 좀 많이 다르다. 다르다는 건, 또 다른 얘기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과 비슷하다. 스노보드 마니아(오죽하면 『꿈은 토리노를 달리고』라는 책을 썼을까)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설산(雪山) 시리즈’ 중 하나라는데(나는 『질풍론도』를 읽었었다), 스키장이라는 배경답게 스피디하고, 경쾌하다. 그래서 거침 없이 읽힌다. 살인 용의자가 되어 도망가는 와키사카 다쓰미와 그를 쫓는 형사 고스기 사이에 꽤 오랫동안 긴장감도 느낀다. 그래서 4분의 3 정도까지
읽을 때까지만 해도 꽤 만족스럽다.
그런데 그 경쾌함과 속도감, 긴장감은
끝으로 갈수록 스물스물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다. 반전의 크기는 너무 작고, 이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관계는 너무 엉성하다. 나중에 가서야 『질풍론도』의
인물이 여기에도 등장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건 별로 의미가 없었고, 그들의 관계도 그리 주목 받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사건의 추리
과정이 정교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사건의 해결마저 너무 쉽다.
4분의 3을 잘 읽고, 나머지가 실망스럽다고 완전 망친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좀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독서 시간의 상당 부분은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쨌든 이런 류의 소설이란 끝을 위해서 그 과정을 어떻게 전개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것인데 그 부분에서도 실망스럽기에
아쉽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워낙 많이 쓰는 작가니 만족스런 작품도 있고, 이처럼 실망스런 작품도 있다. 그래서 여전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을 것이다. 늘 기대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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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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