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8.7.1
인체 재활용
- 글쓴이
- 메리 로치 저
세계사
메리 로치(Mary Roach)의 이 책을 읽으면서 (『스푸크』 때처럼) 이 책의 원제인 ‘stiff’의 뜻을 찾아 봤다.
Stiff
1.
뻣뻣한, 뻑뻑한
2.
(근육이) 결리는
3.
(반죽 등이) 뻑뻑한
‘사체(死體)’에 대해서 쓴 책이라니 첫 번째 의미일 텐데, 원래 그렇게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은 사체에 대한 책이다. 사체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사체를 가지고 한 권의 분량이 나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스푸크』의 영혼과 비교해보면, 어쩌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한데, 가장 다른
부분을 찾아보자면, 어찌 되었든 『스푸크』는 죽음 이전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다루고 있는 반면, 이 책은 죽음 이후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사체를 다룬 책(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은 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비슷한 걸
떠올려보자면 빌 헤이스의 『해부학자』 정도가 생각나는데, 해부라는 게 결국은 죽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리고 여기서도 해부에 관해서는 당연히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물론 단순히 해부학의 역사 같은 걸 다루는 게 아니라 인체 해부가 성행한 초창기 일종의 범죄 행위인 사체 빼돌리기
같은 지저분한 얘기를 다룬다. 그렇지 않다면 메리 로치가 아니란 듯이.
앞서도 얘기했듯이 그것 말고도 사체에 관해서는 할 얘기가 정말 많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죽음 이후에 인간의 몸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비행기 사고에서 블랙박스 대신 사체를 통해서 사고의 원인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은, 그럴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런 책에서 다룰 것이라고는 별로
예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머리만을 가지고 하는 수술 연습에 참관하고,
화장 대신 알칼리(말하자면 양잿물)로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을 관심 있게 취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냥 글로 읽으면 그런가 보다 하지만, 다시 깊게 생각해보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죽음을 정의하는
것과 뇌사 판정 이후 장기를 기증하는 것을 다루는 것은 이 책에서 반드시 다뤄야 하는 일이지만, 십자가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게 과학잡지(?)에도 실린다는
것은 별로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고, 그걸 찾아내 취재한 것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그 밖에도 메리 로치는 자동차 사고 등에 충돌 실험용 인체 모형으로 사체를 이용하는 일, 식인 행위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가 이런 소재들을 다루는 방식은
직접 경험하기, 관계 있는 사람을 찾아가기, 전화하기, 따져 묻다가 입 다물고 나름대로 생각하기 등등이다. 그래서 문서만으로
찾아내 쓰는 것보다 훨씬 현장감이 있고(시체에 대한 현장감이라…), 저자의
머릿속에서만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나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감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작년 경에 죽음을 다룬 책을 꽤 많이 읽었었다.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참 많다. 이렇게 죽음을 다룬 책을 왜 못 찾았었을까 싶다. 이
방식은 심각하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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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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