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8.7.20
딕타토르
- 글쓴이
- 로버트 해리스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가 아닌 정치가 키케로를 통해 공화정 로마가 제정 로마로 넘어가는 시기를 조망하면서, 비판적으로 현대에 적용시키는 로버트 해리스의 <로마 트릴로지> 시리즈의 마지막 『딕타로르』. 여기서 로버트 해리스는 『임페리움』과 『루스트룸』과는
미묘하지만 분명하게 다른 시각으로 키케로를 그린다. 격동의 세월을 보내고 살아남은 키케로의 노예이지
동료였던 티로의 글로 소개되고 있는 것은 『임페리움』과 『루스트룸』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전 편들보다
좀더 티로의 시각이라는 제한점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형식은 달리 하지 않되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감일 수도 있고, 혹은
그 동안 전개되어온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 의식의 강화일 수도 있다.
또한 키케로는 노회하고, 일관적이지 않은 정치인으로 그려진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 사이에서도
그렇고, 옥타비우스와 안토니우스, 그리고 카이사르 암살 세력에서도
방황한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보전하기 위해, 즉
공화정을 유지하기 위해 방편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연연하는 듯한 태도가 되어버린다. 그런 키케로를 티로는 최대한 이해하려 하지만, 안타까워하며, 나아가 비판적인 시각으로도 그린다. 새로이 등장한 권력자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키케로의 모습은,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 소설의 독자로서는 위대한 정치가의
모습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다. 물론 키케로의 최후는 죽음에 연연하는 범인(凡人)의 그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인의 말로가 그렇게 깔끔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물론 그것은 로버트
해리스의 서양, 특히 미국과 영국의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지만, 이
책을 읽는 우리로서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내려올 때가 되어서도 결코 내려올 수
없는 정치, 내지는 권력의 속성!
“로마는 셋이 지배하고, 다음은 둘, 하나가 지배하며, 궁극에는 아무도 지배하지 않으리라.” 이것이 『딕타로르』를 관통하는 스토리이며, 주제다. 로마의 주요 세력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은 그 ‘셋’에 속했다고 생각했으며, 결국은
자신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후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그래서 잘 쓰인 역사소설은 당연히 첨예한 현대소설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이 소설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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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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