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9.4.2
진화한 마음
- 글쓴이
- 전중환 저
휴머니스트
국내 유일한 진화심리학자라고 하는 전중환 교수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스스로
쓰고 있다. 그렇다면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진화심리학이 대중에게 가장 어필하는 내용은 바로 짝짓기에 관한 것이다. 가장
단순한 것을 얘기하자면 남자는 자식에게 투자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바람을 핀다는, 바람둥이 가설
같은 것이다. 물론 이는 너무 단순화시킨 것이긴 하지만 사실 술자리 등에서, 내지는 어떨 때는 이에 관해서 전혀 전문성이 없는 교수의 강의실에서도 공공연하게 설파되기도 한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은 마치 마초의 학문처럼, 변태의 학문처럼 취급받고, 비난받기 일쑤있다.
또 하나의 오해는 진화심리학은 온전한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는 취급이다. 진화심리학은
반증할 수 없는 가설이라는 것인데, 이는 모든 인간의 행동을 진화적 적응이라고 사후적으로 설명해버리는, 말하자면 항상 옳은 말만 한다고, 그래서 진정한 과학의 분과로 취급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종교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런 주장에 솔깃했다. 학문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진화학에 한 발, 아니 발끝 정도는 담그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과학으로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심각한 의심이 매우 보편적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전중환 교수는 바로 이런 게 오해라는 걸 보여주고자 이 책을 썼다. 이
책 전체를 통해 아주 악착같이 진화심리학이 변태의 학문이 아님을, 진화심리학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입증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실험과 조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오래된 연장통』처럼 쉽게만
쓰지 않겠다고 다짐도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중과학서이며, 조금만 신경 쓰면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진화심리학이 얘기하고 있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받아들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의 두 가지 오해(사실 전혀 차원이 다른 오해라 이 둘은 동일 선상에서 쓰기도 뭣하다)는
거의 해소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물론 이는 나의 평가일 뿐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진화심리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를 만방에 알리고 싶은 진화심리학자로서는 당연하게 진화심리학이 다루고 있는
주제 대부분을 소개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의 계보에서부터(진화심리학이
왜, 어떻게 등장하고 있으며, 무엇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짝짓기,
혈연, 집단, 학습, 마음 등등. 인간이 존재하면서 획득한 진화적 적응 거의 모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말하면 이것은 조금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의 잣대를 들이대서 진화심리학이 다 설명할 수 있다고, 혹은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 것은 앞의 오해 중 두 번째 것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할 수 밖에 없다. 한계 없는 학문을 표방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한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에 대한 책은 언제나 재미있으니 재미가 이 책의 특별한 장점은 아니다. 재미에 덧붙여 이 책은 최신의 연구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건
연구자로서, 교수로서 성실성을 엿보게 하면서, 진화심리학이
믿을 만한 학문이며, 발전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냥 설명만에 그치는 학문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화심리학은 설명한다. 그 설명은 인간의 진화적 적응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그 진화적 적응은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다. 폭력, 외도, 질투 등은 진화적 적응의 한 면이지만, 진화적 적응이라고 그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진화심리학이 받는 오해
중 하나이고, 또 극복하는 데 매우 힘을 써야 하는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물론 저자 전중환 교수도 이에 대해서 정말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설명이
옹호는 아니라고. 그것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걸 옹호하고
그렇게 행동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게 옳은 것인지, 극복 가능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