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9.4.10
삼귀
- 글쓴이
-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귀신 얘기라면 으스스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따뜻하다.
미시마야라는 에도 시대 주머니 가게의 아가씨(주인집의 조카딸) 오치카가 흑백의 방에서 손님들을 초대해서 듣는 괴담(怪談) 이야기들이다. 그냥
괴담들을 단편처럼 엮은 것은 아니고 그 독립적인 얘기들 사이에 오치카와 그 주변의 사연들은 얼핏 설핏 보여주면서 연결해나간다. 오치카의 사연도 전편에 나왔음직하지만, 이 책에서는 거의 막바지에
가서야 다시 나온다. 그것도 아주 잠깐. 그녀가 숙부 집에
기거하면서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은 이야기한다. 이야기할
수 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즐거운 일도 힘들 일도. 옳은 일도 잘못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준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덧없는 목숨을 넘어 이 세상에 남는다.” (636쪽)
그냥 귀신 얘기인 줄 알았지만 정작은 살아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어야 그 귀신의 얘기를 하고,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귀신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살아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든 안타까운 죽음의 사연이 있다. 그래서 그들을 불러내고 싶고(<미망의 여관), 떨치고 싶으면서도 의지하고 싶고(<식객 히다루가미>), 지옥 같은 생활에서 이유를 찾고
싶으며(<삼귀>), 혼(魂)만으로도
그 이야기를 전하고 위로받고 싶다(<오쿠라 님>). 어찌
보면 그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속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법한 사연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들도 그렇구나, 나만 아픈 게 아냐, 하는 마음. 그래서 이 귀신 이야기가 따뜻한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에도 시대를 자주 그리는 이유를, 너무도 쉽게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던 시대였기에 사람들 간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다고 전하고 있다. 여기서 그 연대감은
귀신 얘기들 속에도 있고, 그 귀신 얘기를 하고 듣는 이들 간에도 있는 셈이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