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1.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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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술 취한 원숭이
글쓴이
로버트 더들리 저
궁리출판
평균
별점7.7 (7)
ena

술 취한 원숭이 (Drunken monkey)’ 가설이라는
게 있다. 사람이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답하고자 하는 가설이다. 사람이 술을 마시게 된 것은 진화적으로
음식물(여기서는 잘 읽은 과일)을 확보하기 위해서 알코올이라고
하는 분자를 후각을 이용하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 바로 이 술 취한 원숭이가설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학과 신경생리학 등의 학문 분야의 성과를
근간으로 하고, 또 자연계에서 과일 속에 포함되어 있는 알코올을 찾아내는 많은 조류와 포유류, 벌레 들에 대한 관찰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을 처음으로 주장한 이가 바로 로버트 더글리다. 그리고
이 책 『술 취한 원숭이』는 그런 그의 가설을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

 



당연하게도 이 책은 발효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한다. 알코올이란 당이
발효되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자연계에서 효모 등의 작용으로 인해 과일이 잘 익게 되면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게 되는데 대부분은 별로 높은 농도가 아닌 알코올이 과일 속에 함유되지만
, 그래도 그걸
무시할 수는 없다
. 그리고 그런 알코올을 탐닉하는 많은 생물들을 소개한다. 빠질 수 없는 것이, 인간 말고 알코올에 대한 반응이 가장 잘 연구된
초파리다
. 초파리의 경우 알코올을 잘 분해할 수 있는 효소(ADH)
가진 것일수록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 사람의 경우도 술을 마시는 경우 더 오래 식사하고, 또 적당히 마시는 경우 더 건강하다는 보고도 있다(물론 여기서 적당히라는 게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것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

 



그런데 자연계에서 우리가 마시는 술과 같이 높은 농도의 알코올이 제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술은 발명된 것이
아니라
발견된 것이 분명하지만, 지금의 높은 알코올 농도를 갖는 술은 인간이 발명한 것이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 그 제조법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증류 과정을 습득하고 나자 높은 농도의 알코올이 인류 사회 깊숙이 들어와 인체 생리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의도적인 발효와 증류가 인간 사회에서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생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때는 20만 년 전이지만 맥주나 와인 혹은 보다 고농도의 알코올에 문화적으로 노출된 사건은 극히 최근의 일인 것이다.” (130)

 



이걸 생각하면 왜 사람들 중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이 생기는지를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부적응이거나, 진화적으로 부조화된 상태일 수가 있는 것이다. 비록 알코올 중독과 남용이 명확하게 정의되지는 않고 있고, 따라서
그 치료법도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것이 유전적인 것인지
, 환경적인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그토록 죽자사자 마셔왔으면서도 알코올에 관해서 우리가 모르는 것이 정말 많다는 얘기이다.

 



대 플리니우스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말 중에 In vino veritas’란 말이 있다고 한다. 해석하면 와인() 속에 진리가 있다는 말이다.
말을 우리 식대로 풀면
취중진담(就中珍談)’인 셈인데, 우리 쪽이나 저쪽이나 모두 술이 하는 작용에 대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 나는 조금 그런 말에 부정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술을 즐긴다. 진실을 얘기하고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분위기에 젖는 것이고, 술자리에서 한 말, 들은 말은 잊으려고 한다. 인간이 술을 마시게 된 것이 진화적으로
형성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 저자의 주장은 내가, 우리가
술을 마시는 것을 무척이나 옹호하는 것 같지만
, 다시 돌려 생각해보면 딱 그 정도만(잘 익은 과일을 찾을 수 있을 정도만, 내지는 남과의 사교에 이용될
수 있을 정도만
) 마셔야 한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비록
이 책이 술에 대한 행동 지침을 얘기하는 계발서이거나
, 알코올에 대한 대처법을 다룬 의학서가 아니라
진지한 과학교양서이지만 과학을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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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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