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9.6.18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 글쓴이
- 홍춘욱 저
로크미디어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역사를 알아야 하고,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경제를 이해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의
『돈의 역사』는 이런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이코노미스트를 번역하면 경제학자일 수 밖에 없는데, 홍춘욱을 경제학자라고는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참 미묘한 표현인
듯 하다). ‘돈’이 생겨난 것이야 물물교환 경제 이후의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류에겐 매우 오래된 발명이다. 그
돈에 얽힌 얘기가 바로 경제이고, 이 돈과 경제에 얽혀 있는 것이 인류, 국가, 사회, 개인의
삶이니 이보다 더 중요한 얘기는 있을 수 없을 듯 하다. 당연히 이 돈과 경제에 얽힌 이해 관계가 다툼을
불러 일으키고, 그래서 커다란 흐름을 만들면서 또 전환점을 되기도 한다. 홍춘욱은 이 책에서 이 흐름을 잡아내려 했다.
먼 옛날부터 시작하지는 않는다.
먼 옛날의 돈, 경제를 보는 것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을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는 그렇게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유럽의 패권을 놓고 다퉜던 18세기의 영국과 프랑스의 얘기부터 시작한다. 인구도 많고, 군사력도 강했던 프랑스가 대륙 구석의 섬나라 영국에
진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힌다. 바로 영국의 경제력 때문인데, 그
사실만을 얘기하지 않고, 왜 영국의 경제력이 세계를 지배할 만큼 발달할 수 있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제시한다. 그건 선진적인 금융 시스템을 먼저 구축했기 때문이고, 그
시작은 명예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을 치르면서 번번이 채무를 불이행했던 왕이 마음대로 돈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한 결과를 가져온 명예혁명으로 금리가 낮아졌고, 그로 인해 국가가 안정화되면서 금융 시장이
발달하고, 국가의 경제력이 증진되었다는 얘기다.
이런 얘기부터 시작해서 7개의
파트로 구성된 얘기는, 대항해시대의 ‘글로벌 경제’, 즉 서양과 동양(주로는 중국)의
경제력 차이가 나게 된 이유, 청나라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 미국의 남부가 노예해방에 극렬히 반대한 경제적 이유, 대공황의 원인과
해법(여기에서는 히틀러의 성공이 어디서 기원하는지도 다룬다), 이후
금본위제를 폐지할 수 밖에 없게 된 이유, 그리고 그 이후의 변화된 세상을 다룬다. 그리고 일본 경제가 몰락하게 된 이유와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
위기까지 다룬다. 그러니까 서양에서 시작해서 전세계의 경제 흐름이 일본과 우리나라에까지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 역사를 다루는 셈이다. 각 부마다 그 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요약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를 다루고 있고, 각
꼭지마다 도표를 담고 있지만 상당히 쉬운 편이다. 내용들이 몇 페이지씩 쪼개져 있어서 그렇게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읽을 필요도 없고, 그 부분마다 숨을 돌려가면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꼭 장점만은 아닌 듯 하다. 각 꼭지가 마치 요약처럼
여겨진다. 그러니까 분석의 깊이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다. 마치
역사와 경제의 관계에 대한 분석이 마치 단편적이고, 그래서 이야기들이 건너뛴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선언적이고, 이것만 알면 된다는 것처럼 들린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역사와 경제야말로 딱 한두 가지로 원인과 결과를 파악할 수 없는 분야임에도 그렇다.
경제의 문제를 거의 통화 공급을 어떻게 하느냐에 관한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도 좀 위험하지 않나 싶다. 금리를 인하하여 통화 공급을 늘리면 경제 사정이 좋아진다는 식으로
간단히 풀어버리는데(물론 그 과정이 설명되긴 하지만), 경제가
단순히 그렇게 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경제 입문서로서 이렇게 명쾌한 설명은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경제를 너무 단순하게 보면서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비판하게 되는 문제를 가지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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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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