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9.8.20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글쓴이
- 오후 저
동아시아
마약?
이런 걸 상식이랍시고 자세히 알려줘도 괜찮을까?
궁금해하면서도 조금의 의심스러워하면서 책을 집어 들었는데, 덮을 즈음에는
‘이 책, 괜찮다!’라고
평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혹시 아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있을 게다. 있으니 마약이 존재하겠지). 그런데 정말 몰라도 될까? 물론 내가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모두가, 혹은 대부분이 마약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까? 그렇게 되면 마약이라는 게 흔히 우리가
아는 범죄나 중독 같은 것과 연관되지 않고, 의약품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그것마저 부정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세계 역사에서 마약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부정하거나 무시하게 되지는 않을까? 아니,
더 중요하게는 현대사에서 마약을 통한 강대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는 의도(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음모라 해야겠지만)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오후(이게 본명인지 아니면, 그냥
필명인지도 모른다)가 마약에 대해서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정확한 계기(물론
밝히고는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미덥지는 못하다)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인지는 확실하다. 마약의
역사를 이야기하고(어찌 되었든 인류는, 초기부터 마약과 함께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약의 종류를 이야기하고(따지자면
이 부분이 가장 따분하지만, 또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마약에
관한 정책에 관해서 이야기한다(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봐야 할까?). 중간에 합법적인 마약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그건 음악이니
종교니, 혹은 상추 같은 것들이니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정말
마약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관한 내용이다. 그가 거대한 마약 카르텔을 형성하고, 마약을 취급하면서 어마어마한
부를 움켜쥐고, 지역주민들에게 신망을 얻으면서, 국가와 대결하고, 잠시 굴복시켰다 끝내는 사살당하고 마는 그의 생애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여 적지 않은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생애는 그런 이야기적인 흥미뿐만 아니라 왜 그런 괴물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얘기로 이어지고, 마약 정책의 방향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질 수가 있다.
마약에 관한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물론 그도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있고, 그의 글을 전하며 나도 조심스럽지만,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을 인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관용의 원칙을 통해 합법은 아니지만, 적절한
통제 속에 허용하는 마약 정책이 포르투갈에 이어지면서 오히려 중독자가 적어지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거기에
‘쥐 공원(mouse park)’ 연구를 덧붙이면서 왜 마약을
하게 되는지, 굳이 마약을 하지 않아도 거의 모든 구성원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탈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그래서 그는 분명히 한다. 마약을
합법화하거나 비범죄화하자는 주장이 마약이 안전하다거나, 개인의 자유로,
마약 사용자를 그냥 두자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 좀 열린 이성으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무조건 막고, 가두는 정책이 가져온 폐해는
또 다른 종류의 ‘마약’, 현재 마약으로 규정되고 있는 마약보다
사회적, 개인적 피해를 가져오는 알코올(술)을 금지했던, 미국의 금주령이 잘 말해주고 있다. 사회와 건강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아주 낮은 수준의 합법화, 아니 비범죄화에 대한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더라도 이 사회의 보수적 시각은 거의 사회가 금방 무너질 것처럼, 패닉에 처하는 것처럼 들고 나올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래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정말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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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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