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4월 20일.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는 정말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
학교에 다니는 두 학생이 폭탄과 총으로 무장하고 학생과 교사들을 향해 집단 학살극을 펼친 것이다. 그
이전에도 미국에서 학교 총기 사건이 심심찮게 있었지만, 콜럼바인 사건은 가장 유명한 사건이 되었고,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2007년 조승희의 버지니아텍 총기 사건도
이 사건에 이어 벌어졌다. 이 책은 그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가 사건이 벌어지고
16년이 지난 후 썼다.

처음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첫 느낌은 의아함과 의심이었다. 어떻게
가해자의 엄마로써 책을 쓸 수 있을까? 그 사건에 대해 어떤 변명이 있는 것일까? 그런 것이었다. 그러고나서 몇몇 서평을 읽고는 내 생각은 궁금함으로
바뀌었다. 그후 엄마는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자기 자신에
대한 충격을 어떻게 견디고 세상의 시선을 어떻게 견뎌 냈을까? 그 사건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 책의 해설을 쓴 앤드루 솔로몬의 얘기처럼 이 책은 슬픈 책이다. 자신의
아들이 벌인 일에 대한 충격과 사죄의 마음과 함께 아들이 정말 어떤 이였는지 몰랐다는 후회와 반성, 그리고
그럼에도 자식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엄마의 심정이 구구절절 드러난다. 사랑스럽고,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던 아들이 속으로부터 세상에 대한 미움을 싹 틔우고 있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모멸감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을 가족과 선생님들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깊게 들어오는 내용은 “부모가 돼서 아들이 그 지경에 이를 때까지
모를 수 있었느냐?”는 세상의 비판과 비아냥이 얼마나 그릇되고 편파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수 클리볼드도 자신이 가해자의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런 사건을 보면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몰랐다. 사소한 문제를 일으키고, 까칠한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어느 집이나 남자 아이들은 그 정도의
사춘기 문제를 가지고 갈 것으로 생각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더군다나
우울증의 증세가 미약하게 있었지만, 오히려 나아지고 있었던 중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대학에도 합격하여 가족끼리 미리 답사까지 갔다 온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그런데 많은 연구가 10대에 이르러서는 부모보다는 또래 친구들이
막대한 영향일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에게 아이들은 낯선 이가 되어간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잘못 되어가는 것을 알아차려야 할 책임과 의무가 바로 부모에게 있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나중에 딜런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일기와 친구들의 증언, 학교에서의
생활 들에 대해 알겠 되었을 때 많은 신호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신호를 발견하고
무슨 조치를 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나의 경우 아이들이 그 나이를 거의 지난 지금의 상황에서
그저 감사하고 다행스럽다 생각할 따름이다. 나는 이 책의 수 클리볼드보다 더 좋은 부모였다는 자신이
없으니.

수 클리볼드는 가해자의 엄마에서 자살한 아이의 엄마로서 새로이 자신을 정립하고,
자살 방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딜런이 사람들을 죽이는 사건을 저지른 것도
자살의 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모든 자살이 살인과 관련되는, ‘살인-자살’은 아니지만, 자살을
방지하는 과정에서 ‘살인-자살’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자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 살고 나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면 죽음의 한 방법으로 자살도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심각히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그래도 자살이 살아남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그 사람의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어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뇌 건강의 차원에서
자살 방지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수 클리볼드는 아직도 왜 자신의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완전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고, 아직도 그 물음을 던지고 있지만,
‘왜?”라는 질문에 매몰되기 보다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지며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