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0.3.30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
- 글쓴이
- 사토 겐타로 저
북라이프
세계사를 바꾼 것들은 참
많다. 뭐, 단 한 순간의 판단이 상황을 반전시키고, 그것으로 세계사가 바뀌는 경우도 많으니. 사실 갖다 붙이면 세계사를
바꾸지 않은 것이 없다. 가끔 보면 이건 너무 과장이다 싶은 것도 있고, 그래도 세계사를 바꾸는 것은 인간의 의도와 역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정말 세계사를 바꾸었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역시
그런 경우도 인간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지만(역사라는 것이 당연히 인간의 역사이기 때문에 동어반복일
수도 있다), 그 영향이 매우 결정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그렇다.
많이 언급되는 것이 커피나 향신료 같은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철이나, 종이, 플라스틱 같은 것들도 그런 ‘세계사를 바꾼’ 것의 대열에 당연히 포함시켜야만 한다. 그것들은 그냥 역사의 흐름을 교란시켰다거나, 어느 왕조의 몰락을
가져오거나 부흥을 가져왔다거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류 문명 자체의 성격을 바꾼 가장 결정적인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문명을 존재하게 하는 기본적인 재료들인 것이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의 사토 겐타로(이
책을 집어 든 가장 큰 이유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에서 받은 좋은 인상 때문이다)의 『세계사를 바꾼 12가지
신소재』는 바로 그런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문명 자체를 존재하게 한 소재, 혹은 재료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 목록(금, 도자기, 콜라겐, 철, 종이, 탄산칼슘, 비단, 고무, 자석, 알루미늄, 플라스틱, 실리콘)을
보면 ‘신소재’라는 것을 통해 떠올렸을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또 오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신(新)’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인데,
모든 재료가 처음 등장할 때는 새로운 것이었으니, 그리고 그 새로움으로 역사를 뒤흔들었으니
모든 별로 시비삼을 만한 것은 아니다. 대신 다양하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광택과 희소성으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을 매료시켜온 금, 무기로서
건축의 재료로서 현대 문명을 지탱하고 있는 철, 정보 혁명을 일으킨 토대가 되고, 역시 현대 문명의 필수적인 요소인 종이(셀룰로스), 철기 문명을 마감했다고도 할 만큼 광범위하게 쓰이는 플라스틱 등 서로 너무나도 이질적인 종류들이다.
이 글들을 읽으며, 인류 문명이라는 것이 결국은 재료를 찾아내고, 그것의 쓰임새를 알아내고, 활용해온 역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문명 역시
그것들의 개량(이를 테면, 나노 셀룰로스 같은 새로운 종이
혁명이나 탄소 나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비단의 개발 같은 것)이나 또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재료의 발견과 활용에 의해서 특징지어질 것이란 것을 예측할 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갖가지
소재의 역사와 활용에 대한 재미 있는 읽을거리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세계에 대한 눈을 가질 수 있게 한다.
흠이라면, 너무 일본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일본인이고, 일본어를 썼으며, 애당초 일본 독자(만)을 겨냥하고 쓴 책이니 어쩔 수 없다. 건너 뛸 수는 없지만, 새겨 읽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보다는 흥미도나 긴장감은 떨어진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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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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