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0.7.29
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 글쓴이
- 롭 던 저
까치(까치글방)
롭 던은 굳이 규정하자면, 생태학자다. 생태학자의 연구 대상이란, 흔히 ‘자연’이라고 불리는 광활한 대지나 숲, 바다를 생각하기 쉬운데, 그가 탐구하는 ‘생태’는 바로 ‘집 안’이다. 집 안에 존재하는 세균, 고세균, 진균, 절지동물, 식물 등이 그의 연구 대상이다. 지하실을 뒤지고, 샤워 헤드를 면봉으로 문지르고, 꼽등이를 찾아 나서고, 꼽등이에 갈아 장에 존재하는 세균을 탐색한다. 집에 존재하는 바퀴벌레의 종류를 구분하고, 개와 고양이에 존재하는 세균과 기생충을 조사한다. 집 안에 존재하는, 사람 이외의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그의 탐색 결과는, 그도 놀랐지만, 독자들은 더 놀랄만한 결과다. 집 안은 세균이 득실거리고(나는 놀라지 않는다), 온갖 종류의 절지동물이 가득 찬 세상이다. 우리 눈 앞에 바로 있는 것이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다. 우리의 집은 결코 깨끗하지도, 적막하지도 않은 세상인 것이다(원제 Never Home Alone은 정말 절묘한 제목이다).
그런데 그가 발견한 것들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그렇게 많은 세균과 절지동물, 곰팡이가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미생물과 곤충 들의 다양성이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정말 해를 끼치는 세균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곤충도 그렇고, 곰팡이도 그렇다. 그런 유해한 존재들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데도 다양한 세균과 곤충 들의 존재가 필요하다. 우리는 무조건 깨끗함을 외치지만, 절대 달성하지 못할 미션이면서, 잘못 하다가는 우리 울타리의 다양성을 파괴해서 오히려 병원균이나 병원성 곤충들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는 사태가 올 지도 모른다. 17세기 세균을 처음 관찰해서 기록한 안톤 판 레이우엔훅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많은 흥미로운 연구 결과로 채운 이 책은 바로 그런 교훈을 준다.
롭 던의 연구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그 연구 결과의 의외성 같은 것들이 아니다. 그의 연구는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집들을 탐사하는 데도 지역 주민들을 설득해서 함께 하고, SNS를 통해서 전 세계의 자원자를 모집한다. 빵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탐구하는 것도 제빵회사를 통해 수십 명의 제빵사와 함께 한다. 또한 하나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간다. 과학이란 절대 ‘홀로’ 즐거운 것이 아니란 것을 빼곡하게 보여준다.
한 가지 더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면, 그가 한국인과 한국의 음식에 대해서 깊이 있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김치데 대한, 그의 아이디어는 (비록 그가 실현시키지 못하고 빵으로 대신했지만) 누군가(우리나라에서라면 더욱 좋겠다) 꼭 연구를 해봤으면 하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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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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