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0.8.21
노화의 종말
- 글쓴이
-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외 1명
부키
늙어 죽는 일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인다. 누구든 늙는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화는 질병이고, 따라서 치료할 수 있다고. 치료하면 우리는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이비의학자의 생뚱맞은 설교가 아니라, 진지하고 열정적인 노화생물학자들이 그렇게 주장한다. 단지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결론이다. 그 선두에 선 이가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교수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가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궁금해서 친구에게 알아봤다(그 친구도 우리나라에선 노화생물학 분야에선 꽤 알아주는 친구다). 세계 최고란다. 정말 연구 잘하고, 논문 잘 내는 연구자란다. 그냥 같은 분야에 있는 종사자로서 의례적인 평가가 아니었다. 사실 그건 그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 1부의 내용과 그 내용이 실린 참고문헌을 보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읽는 이에 따라서 과학적 연구 내용을 소개한 1부보다 그에 기초한 장수의 비법을 소개한 2부나 앞으로의 전망을 다룬 3부 중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1부가 절대적으로 더 재미있었다).
그는 ‘서투인(sirtuin)’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관점에서 연구해왔다. 처음에는 효모에서 SGS1이라는 서투인 단백질 중 하나에서 시작했다(Sir2 유전자). 서투인은 염색질(크로마틴)에서 DNA를 실패처럼 감고 있는 히스톤에서 화학적 꼬리표(정확히는 아세틸기)를 제거하여 전사 인자가 유전자에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DNA가 끊기는 일이 생기면 이 서투인이 그것을 해결한다. 그러니까 DNA를 수선하는 일을 하는 게 바로 서투인이라고 하는 단백질의 일 중 하나인 셈인데, 그 일이 많지 않으면 본래의 일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일이 잦거나 대량으로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하러 나간 서투인이 혼란을 일으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원래 했어야 하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가 노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발견하고 입증하였다.
그 후로 그의 연구는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간다. 효모에서 생쥐로, 그리고 사람으로 확장되었고,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일들을 분자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mTOR와 같은 분자들이 등장한다. 이른바 노화의 ‘정보이론’인 셈인데, 이를 통해 그는 노화란 어쩔 수 없는 과정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관점을 지니게 된다. 노화를 질병으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질병은 우리 몸에 무언가 고장나거나 문제가 생긴 것인데, 그것을 고쳐주면 건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노화가 질병이라면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고, 고치게 된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운동이라든가 소식, 육식 최소화 등과 같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것 말고, 여기서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을 토대로 얘기하자면 바로 서투인의 양을 높이는 물질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NR(니코틴아마이드 리보사이드)나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와 같은 물질이다. 이 물질의 효과는 생쥐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비록 이중맹검법과 같은 과학적 방법은 아니지만 그의 아버지에게서와 같이 일화적으로는 증명이 되고 있다.
그리고 노화를 질병으로 보는 것의 효과는 연구비와도 관련이 깊다. 현재의 연구비 배분은 거의 질병 위주로 이뤄진다. 그런데 노화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는 관행 때문에, 노화 연구 자체에는 연구비가 많이 투입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물론 다른 연구 분야(더 적은 연구비가 배정되는)의 연구자가 보기에는 이게 영 마뜩찮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한 연구비만 투입된다면 정말로 무병장수의 시대를 펼쳐 보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안타까운 일일 수 있다. 그는 또한 그렇게 오래 사는 삶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상당히 길게 논평한다.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동안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을) 인류가 성취해온 위대한 성과를 이야기하고, 오래 사는 삶이 가져올 폐해(예를 들어 의료비라든가 자원의 고갈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자신이 얘기하는 장수란 그저 생명의 기한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활력을 가지고 건강하게 사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며, 자원의 고갈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표명한다.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노화와 관련하여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파고들고 밝혀온 최고 수준의 과학자가 자신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것과 함께(많은 책이 그 정도 수준에서 맺는다), 그 성과를 해석하고 ‘노화라는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어려운 방법도 아니다. 그렇게 한다면 정말 미래가 이렇게 바뀔까 궁금하다. 정말 궁금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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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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