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0.11.22
12월 10일
- 글쓴이
- 조지 손더스 저
랜덤하우스코리아
솔직히 말해서 이 단편집의 소설들을 이해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그냥 읽으면서 이 소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 건지 아는 게 아니라 다 읽고 나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게 뭐지? 하는.
그렇다고 난해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난해하다기보다는 좀 걸리적거리게 하면서 시간을 지체시켜 생각해보도록 한다고 해야 할까? 그 과정에 의미를 두는 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들의 배경은 대체로 현실적이지 않다. <거미머리 탈출기>에서는 교도소 내의 연구시설이 배경인데, 거기서는 화자를 비롯한 여러 남녀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아직까지는 현실화되어 있지 않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것 같고, 어쩌면 언젠가는 가능할 것 같은 약들의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셈플리카걸 다이어리>에서는 ‘셈플리카걸’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여러 제3세계 국가들에서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여성들로, 뇌를 마이크로라인이라는 줄로 꿰어서 높은 곳에 매달려서 흰옷을 휘날리며 정원을 장식한다. 존재하지는 않지만, 존재할 지도 모르고, 또 그 비슷한 상황은 반드시 존재하는 존재들이다(솔직하게 이게 무언가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 <12월 10일>은 어떤가? 여기서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용감한 한 소년과 호수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한 말기 암 환자가 등장한다. 없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이야기다. 이 소설들 말고도 다른 소설들도 그런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또한 조지 손더스는 이런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방법을 매우 다양하게 채택하고 있다. 실험적이라고 하기에는, 그래도 소설적 기법이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소설의 기법은 아니다. 그래서 읽히지만 쉽게는 읽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가 은유하고, 비판하고, 혹은 비아냥거리고, 또 좌절하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조지 손더스의 소설이 메시지만을 내세우는 소설이 아니라는 점, 그렇다고 흥미 위주의 소설도 아니라는 점 등등이 그의 소설이 자리한 위치가 매우 독특할 것이라는 걸 예상케 한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