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0.12.12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여러 면에서 이 소설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것을 인정하게 한다. 무엇보다 단숨에 읽었다(추리소설에 대한 칭찬으로 이것 이상이 있나 싶기도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한국 독자들에게 쓴 짧은 글에서 ‘새로운 수수께끼 풀이 방식을 시도한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수수께끼 풀이 방식이라면 이전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식의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 수많은 소설에서 말이다. 그래서 읽었던 그 많은 소설들을 떠올려 봤다. 그의 말대로 이런 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야기는 결혼을 앞둔 마요가 시골 마을에서 오랫동안 중학교 국어 교사로 지내며 존경받았던 은퇴 교사가 살해당한 소식을 듣고, 고향 마을로 가면서 시작된다. 마침 이제는 사회에 나가 자리를 잡고 있는 친구들(아버지의 제자들이기도 한)이 동창회를 앞두고 그 마을로 와 있던 상황이었다. 만화로 크게 성공한 친구도 포함해서. 그런데 오랫동안 만나지도 못했던 삼촌(다케시)이 등장하여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새로운 수수께끼 풀이 방식이란 다케시라는 전직 마술사가 풀어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그가 바로 제목의 ‘블랙 쇼맨’, 새로운 히어로다. 그는 형사들과는 독립적으로, 놀라운 추리력을 보이면서 사건의 앞뒤를 맞춰나간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인물로, 모범적이지는 않지만, 그래서 (마술사라는 전직에 어울리게) 자유자재로 속임수를 쓰고, 넘겨짚기를 통한 방식으로 사건의 뒤에 숨겨진 사연들을 파헤쳐나간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묘미는 살인이 어떤 방식으로 저질러졌는지, 거기에 숨은 사연이 어떤 것인가(물론 이것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하는 것보다는 다케시의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면서 추론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코로나19의 창궐하는 상황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한 인물도 있고, 코로나19로 피폐해진 경제 상황도 등장한다. 물론 사람들은 마스크를 수시로 썼다 벗었나를 반복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지금 소설가들이 이 코로나19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소설들을 쓰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배경일 수도 있겠고, 이 계기로 드러나는 인간의 많은 면모에 대해서일 수도 있겠고.
히가시노 게이고, 스스로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을 이야기했고, 작가의 수명 연장을 언급했으니 아마도 이 다케시, 블랙 쇼맨은 앞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서 해결사로 자주 등장할 듯 하다. 그의 현란한 손놀림(?)과 놀라운 추리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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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