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으며

ena
- 공개여부
- 작성일
- 2021.10.7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천장화(흔히 <천지창조>라 일컬어지는)는 그 장엄함에 대해서 놀라움을 주지만, 20미터 높이의 천장에 어떻게 그려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에 대한 얘기로 비계를 올리고 미켈란젤로는 등을 대고 누워 그렸다고 전하는 글이 많다. 정말 고된 작업이었고, 그 고된 작업을 미켈란젤로가 혼자서 해냈다고.
그런데 로스 킹의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은 이에 관해서 ‘신화’라고 하고 있다.
”비계 위에는 항상 5~6명이 올라가 작업했는데 그중 두 명은 안료를 섞고, 나머지 일부는 밑그림을 펴는 작업을 하고, 또 다른 일부는 붓을 손에 쥔 채 언제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세로 대기했다. ... 천장 전면에 걸쳐 천장에서 2미터 가량 아래로 떨어져 있어 직립한 채로 작업할 수 있었다. 인토나코를 바르거나 물감을 칠할 때는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히고 팔을 위로 뻗기만 하면 되었다. 미켈란젤로는 신화에 나오는 것처럼 결코 비계에 등을 대고 누운 채로 천장을 프레스코하지 않았다.“ (122쪽)
로스 킹은 이 신화를 ‘뉴턴의 사과’에 빗대고 있다. 사실은 아니지만 대중의 뇌리 속에 깊게 박히고, 또 그런 신화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을 주는.
그렇다면 이런 신화는 어디에서 왔을까? 로스 킹은 파올로 조비오라는 노체라 주교였던 이가 쓴 미켈란젤로 짧은 전기의 한 구절에서 왔다고 보고 있다. 조비오는 비계 위의 미켈란젤로를 묘사하며서 ‘레스피누스(resupinus)’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 단어는 ‘뒤로 구부려’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종종 ‘등을 대고’라고 번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신화는 그렇게 탄생한 것인 셈인데, 만약 그게 그럴 듯하지 않았다면 받아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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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