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2.24
성공을 부르는 창업 노트
- 글쓴이
- 박균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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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어디선가라도 이 책을 만나 책 제목만 봤다면 아마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원래 성공 노하우 같은 것을 제목에 단 처세법에 관한 책은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아직 창업은 생각지도 않고 있으니 이런 제목의 책에 관심이 갈 리가 없다. 게다가 성공한 창업자들의 자서전을 다루었다니, 또 거리가 멀어진다. 그런 류의 책은 (적어도 지금 기억으로는) 거의 읽어본 적이 없다. 어쨌든 제목만으로는 내 생리에 맞지 않는 책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저자가 박균호 선생이다. 처음 드는 생각은, “왜 이런 생뚱맞은 책을?”이었다. 시골중학교의 영어 선생님이자, 책에 대한 책을 쓰시는 양반이 창업 성공 노트라니? 하지만 금방 이해가 갔다. 이번에는 읽고 쓴 ‘책’으로 성공한 창업자들의 자서전을 고른 것이다. 큰 기업(물론 아직 북카페의 주인도 포함하고 있지만)을 세우고 키워낸 이들이 쓴 자서전이니 그들의 글에서, 그리고 삶에서 무언가 알아내고 깨달을 만한 것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사람들은 그래서 그들의 자서전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책장을 열게 되었다.
역시는 역시다. 어쩌면 천편일률적인 것 같은 창업자들의 책에서 우리가 새겨들을 만한 얘기들을 끌어내는 솜씨는 다른 류의 책에서와 별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창업가에선 불굴의 의지를, 어떤 창업가에선 유연한 사고를 읽어낸다. 또 어떤 창업가에선 철두철미함을, 또 어떤 창업가에선 단순함을 찾아내고, 그것의 가치를 음미하고 있다. 먼저 인사를 건네라(월마트), 깊이 생각하되 빨리 결정하라(유튜브)는 삶에서의 행동 지침이 될 만한 가르침을 담은 자서전도 있고,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이를테면 파타고니아)이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보다는 있는 것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성공한 기업(다이슨)도 있다. 그야말로 다양한 가르침을 주고 있고, 또 박균호 선생은 그것을 다른 책에서와 같이 친근한 유머 감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읽다 보면 성공 비결이라고 제시한 것들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도 들고, 때론 정반대의 비결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럴 때면 성공이라는 것이, 어쩌면 매우 개별적인 것이며, 공식화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그게 정답일 것이다). 그럼에도 몇 가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박균호 선생은 책을 참 재미나게 쓴 자서전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딱딱한 경영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고 있으며, 매우 읽을 만하게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글솜씨는 독서에서 온다. 그리고 독서는 그들의 경영에도 접목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지적하고 있다. 그들이 읽는 책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고전은 멀리하면서 경영 이론을 다룬 책을 엄청 읽었고, 또 어떤 이는 고전에서 답을 찾은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책을 통해서 지혜를 얻고, 삶의 방향을 정했으며, 또 통찰력과 창의력을 고양했다는 것만큼은 공통점이다. 이 즈음에서야 왜 박균호 선생이 성공한 창업가들의 자서전을 택해 읽고, 그것에 대해 썼는지를 알 수 있겠다.
독서를 강조하긴 했어도 사실 그것만이 이 책을 읽고서 얻게 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멀리 해왔던 이런 류의 책들이 갖는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무언가 남다른 것이 있을 것이고, 그 남다른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중 어떤 것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다면 내 삶 역시 조금은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일군 기업이 어떤 가치를 내세운 창업가에게서 나온 것인지를 아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의미를 오해해서 미안했다. 물론 그런 거창한 의미와 목적이 아니라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재미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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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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