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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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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
글쓴이
남종국 저
서해문집
평균
별점7.9 (19)
ena

중세가 암흑시대였다는 인식은 이젠 구닥다리가 된 것 같다. 많은 저자들이 이러한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중세를 암흑시대로 기술했던 근대의 저자들 사정도 이해가 간다. 페트라르카를 비롯한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자들, 볼테르가 대표하는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가들, 그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그들이 건너온 시대를 불살라야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이 보기에 중세의 많은 생각과 행동들, 제도가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우리가 보기에도 중세는 비이성적이었다. 아무리 그 시대가 암흑은 아니었다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빛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발전의 토대를 갖추고 있었다고 하지만 분명 지금과는 다른,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많았다. 모든 것의 중심에 신을 두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더라도 성인들의 뼈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쉽게 이해할 수 없고, 잠자리까지 통제했던 것에는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왕의 손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은 과연 정직한 것이었는지 의심해보고 싶다. 마녀사냥은 하도 많이 얘기해서 이제 무덤덤해질 정도이지만(사실 마녀사냥은 근대 초입에 더 격렬하게 벌어졌다는 걸 주경철 교수의 책을 통해서 알고 있긴 하다), 그 시대에 마녀라는 낙인이 찍혀 비참하게 죽어간 힘없는 여인들을 생각하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 많은 가짜뉴스는 또 어떻고? 중세의 신권이 실제로는 가짜뉴스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가짜 문서가 횡행했다.



 





 



 



남종국 교수의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는 이와 같은 중세의 모습을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쓴 책이 아니라(신문 칼럼을 모았다-<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단편적이고 조금은 산만해 보이지만, 중세라는 역사와 현대,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과 연관시킴으로써 그 역사를 보다 가깝게 여길 수 있다.



 



방금 그 역사, 중세를 보다 가깝게 여길 수 있다고 했는데, 사실은 이 부분이 어쩌면 이 책의 중심이 아닌가 싶다. 중세가 이토록 이상해 보이는데, 결국은 그 이상함이 현대의 우리에게도 투영된다는 사실 말이다. 여전히 가짜뉴스로 대중의 인식을 왜곡하거나 모호하게 만들고 있으며, 여전히 여성이나 장애인 같은 약자들에 대한 혐오를 키우고 있으며, 교회가 흑사병을 더 퍼뜨렸던 것과 같이 우리의 일부 종교시설도 그런 전철을 밟았으며, 작은 종교적 교리의 차이를 두고 죽자 살자 덤비고 있다.



 



책 제목은 중세를 오해하는 현대인에게라고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 책은 아직도 중세를 벗어나지 못한 현대인에게 던지는 질문이고, 경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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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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