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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6.19
루이페르디낭 셀린-제멜바이스 / Y 교수와의 인터뷰
- 글쓴이
- 루이페르디낭 셀린 저/김예령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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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작가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제멜바이스 / Y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제멜바이스>만을 읽고 쓴다. <제멜바이스>는 셀린이 루이페리디낭 페투슈인 시절에 쓴 글이다.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이라는 점이다. 1924년 <필리프 이그나즈 제멜바이스의 생애와 저작>이라는 제목이었고, 그가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이후 1936년에 단행본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제멜바이스는 헝가리 출신으로 1800년 중반 빈의 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활동하며(원래 전공은 외과였지만 부득이 산부인과에서 일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병원의 출산실에서 산모들이 산욕열로 죽는 비율이 극적으로 차이 나는 이유를 알아내고 소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설파했던 인물이다. 아직 파스퇴르와 코흐가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기 전이었으므로 산욕열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것은 몰랐지만 그래도 손을 깨끗이 하고 아이를 받는 게 산모들의 산욕열을 줄이고 수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추론해냈다. 하지만 그는 빈을 비롯한 유수의 병원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고, 결국 진짜 미치광이가 되어 고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루이페르디낭 셀린은 이런 제멜바이스의 생애를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의 주제로 삼았다. 그는 이 학위 논문으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사실 심사위원 중에 장인이 있었다), 상상력이 적지 않게 들어가 있으며 문학적 표현으로 점철된 이 글을 과연 논문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본다면 이렇게 대담할 수 있을까 싶다. 특히 제멜바이스의 최후 장면은 사실보다 훨씬 과장하고 있고, 또 조금은 왜곡하고 있는데 그것이 의도적인 일그러뜨림이라는 것은 그가 의사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에서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었던 셈이다.
제멜바이스에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 이 책을 들었다. 물론 제멜바이스에 대해서 새로 알게 된 내용도 있다. 하지만 더 인상 깊은 것은 이 문학 작품 형식의 논문, 이 작품 자체다.
“제멜바이스는 지극히 너른 마음씨를 지닌 이난이자 위대한 의학적 천재였다. 그가 방부 의학의 선구자라는 데에는 아무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가 산욕열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방책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늘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멜바이스의 저서는 영원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생전에는 완전히 무시되었다.”
이 작품의 말미에는 이 ‘논문’을 평가한 부다페스트 대학교수 티베리우스 데 죄리의 글이 함께 실려 있다. 그는 이 논문, 혹은 작품에서 주의해서 읽어야 할 부분, 즉 과장되어 있거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은 이렇게 쓰고 있다.
“데투슈 씨의 논문은 매우 고상하고 열렬한 필치로 쓰여졌으며, 그렇기에 우리 헝가리인들은 그의 훌륭한 연구 결과에 깊은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 이 논문을 통해 그는 우리의 동포 제멜바이스에 대한 기억을 새로이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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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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