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7.29
우편함 속 세계사
- 글쓴이
-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 저
시공사
물론 공적인 편지도 있고, 공개를 목적으로 한 편지도 있지만, 편지는 기본적으로 둘 사이의 개인적이고 은밀한 메시지를 주고받기 위한 수단이다. 순전히 한 개인의 마음을 쓰는 일기와는 달리, 편지는 상대를 의식하면서 쓸 수 밖에 없으며 감정과 상황을 공유한다. 그래서 상황과 관계에 대해 더 맥락적이다. 지금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거의 대체하고 있지만, 그대로 시간을 두고(물론 급하게 쓴 경우도 있지만) 종이에 써 내려간 편지는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가 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가 129통의 편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은, 그것으로 세계사를 모두 설명하자는 게 아니다. 편지들로 역사를 연속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세계사의 한 장면의 이면을 담을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하찮은 게 아니다. 어떤 결정을 할 때의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있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의 전개에 그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렇게 바라본 역사의 이면은 즐겁기도 하고, 역겹기도 하고, 혹은 씁쓸하기도 하다.
편지만으로는 앞뒤 맥락을 몰라 그저 글자로만 보일 수 있는 것을,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가 그 편지에 얽힌 상황을 간단하면서도 잘 전해주고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의 편지가 오래 남을 것을 알았겠지만, 많은 이가 이렇게 자신의 편지가 남아 자신의 내면을 이렇게 드러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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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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