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8.24
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
- 글쓴이
- 리언 저
Muse(뮤즈)
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는 책인데... 솔직한 느낌은 어지럽다.
표면적으로 인류를 괴롭혀오고, 또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다섯 가지 전염병(감염병)을 다루고 있다. 페스트, 매독, 천연두, 콜레라, 그리고 장티푸스. 다른 많은 책들에서 다루고 있는 중요한 감염병들이다. 그런데 그 가짓수가 좀 적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럼에도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저자가 책 한 권을 오롯이 채울 수 있었던 데는 이 감염병과 관련된 역사를 참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포함한 세계사는 그것 자체로는 새롭게 접하는 것도 적지 않아 매우 흥미로운데... 느낌은 역시 어지럽다.
그렇게 어지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감염병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 어떤 내용이 나오면 그것을 한참 설명하다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리스의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괜찮다.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신은 의술의 신으로 알려졌으니까. 그런데, 이 아스클레피오스를 얘기하기 위해 아폴론, 테세우스, 히포리토스를 거친다. 매독에 관한 장에선 매독에 감염되어 난폭해진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이반 뇌제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러시아의 역사에 관해서 장황하게 설명한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러시아에 관해서 길게 쓰지 싶은데, 결국은 이반 뇌제의 매독 감염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작 그 얘기는 길지 않다. 물론 이런 얘기들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런데 너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이 책이 무엇에 관한 책인지가 헷갈려진다. 소개하는 그림도 책 제목처럼 전염병의 세계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하는 내용에 맞춘 것이다보니 일관성이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 책이 형편없는 것처럼 평가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진 않다. 다만 아는 것을 모두 쏟아낸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조금 깊게 들어갔으면 훨씬 유익하고, 집중도 있는 책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저런 상관 없어 보이는 듯한 얘기도 많이 하고 있어 많이 배우기도 했다.
소소한 오타 등이 많이 보이지만 결정적인 편집상의 잘못도 있다. 4장에서 콜레라를 잔뜩 얘기해놓고는 끝에 질병에 대한 설명은 살모넬라에 의한 장티푸스를 다룬다. 정작 장티푸스에 관한 얘기는 5장에서 한다. 결국 다른 장에서는 다 다루고 있는 전염병의 의학적 설명에서 콜레라는 빠져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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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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