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11.18
외사랑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소미미디어
《외사랑》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9년, 2000년 사이에 발표한 소설이다. 제목을 보면 지고한 사랑 얘기 같지만 실은 심각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매년 11월 세 번째 금요일 저녁마다 테이토대학 옛 미식축구부원들이 모여 시끌벅적한 자리를 갖는다. 졸업한 지 10여 년이 지나 30대가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그들은 만날 때마다 그들의 마지막 경기, 리그 결승전 이야기를 한다. 역전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은 패하고 말았던 경기였다. 그렇게 왁자지껄하고, 추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임을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쿼터백(QB)이었던 니시와키 데쓰로 앞에 몇 년간 모임에 나오지 않던 히우라 미쓰키가 나타난다. 그녀는 미식축구부의 매니저 역할을 하던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옛 친구들에게 오래전부터 간직해오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아울러 살인을 저질렀음을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은 커다란 충격이었지만, 외견상 간단해 보이던 살인 사건은 매우 복잡한 배경을 품고 있다는 것이 점점 드러난다. 그 와중에 예전 미식축구팀의 일원으로서 한 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뭉쳤던 친구들이 자신의 처지 때문에 조금씩 분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 추리소설도 단순히 범행의 트릭을 풀어가는 쾌감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물론 이 소설도 살인 사건 뒤에 숨겨진 여러 미스터리가 서서히 풀려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은 놀라운 추리 능력을 가진 형사나 탐정이 아니다. 의지를 가지고, 오로지 우정에 기초해 끈질기게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는, 평범한 이를 통해 미스터리가 풀려간다. 미숙한 남녀 관계에 괴로워하고, 자신의 직업에 고민하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실수와 잘못된 추리에 빠지기도 한다. 사건이 이러저런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어떤 트릭으로 가려졌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소설인 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소설에서 남기고자 하는 메시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여’라는 구분에 관한 것이다. 여전이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첨예한 문제이고, 전적인 이해를 받고 있지 못한 문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히가시오 게이고는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에 고민하고, 깊게 다루었다.
나는 100% 남자, 100% 여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남녀는 성염색체의 구성(XY 또는 XX)으로 결정되지만, 그것은 너무 도식적이고, 편의적인 것이다. 남성성, 여성성이라는 게 과연 있다고 했을 때, 그 성질이 성염색체에만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XY라는 염색체를 가진 이에게도 여성성이 있을 수 있으며, XX라는 염색체를 가진 이에게도 남성성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남과 여의 구분에 염색체만을 이용하는 것은 남과 여의 본질에 대해서 아직도 잘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나의 이해 역시 남과 여의 문제에 아주 피상적인 부분에 그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위의 내 설명이 이 소설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 아주 일부만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소설 속 인물의 말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성정체성장애라는 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치료해야 하는 건 소수를 배제하려는 사회죠. ... 아무리 성정체성장애라는 단어가 부각되어도 변하는 것은 없어요.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우리 마음은 전해지지 않을 거예요. 짝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죠.” (423쪽)
얼마 전의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에서 벌어진 사태를 뉴스로 본 이후에 읽은 소설이라 더 끝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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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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