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12.16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
- 김범준 저
웅진지식하우스
김범준 교수는 물리학자다. 물리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상이 어떤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다들 인정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딱딱한 학문, 수식으로 점철된 어려운 과학.
그런데 가만히 물리학이 무엇을 연구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조금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다. 원자니, 중력, 전지기력, 양자역학 이런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물질과 그 물질들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다른 학문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그 수준을 매우 작은 물질로 들어간다는 것뿐이다. 그것을 연구하면 세상의 구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며, 또 많은 것을 예측할 수 있고, 또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제가 물리학에는 깔려 있다. 그러므로 물리학자가 세상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쓰는 것은 실제로 흔한 일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이상한 일도 아니고, 대단히 호들갑 떨 일도 아니다. 어떤 학문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며, 게다가 물리학자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런데 좀 다른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위안을 받는다는 점이다. 대단해 보이는 저 사람이 나랑 비슷하단 느낌이 아니라, 물리학의 세상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으면서 내가 살아갈 만한 세상이구나를 느낀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물리학의 세상이라고 하면 왠지 모든 게 결정되어 있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없는 결정론적 세계라고 여겼는데, 거기에도 우리가 숨을 쉬고, 또 무언가를 하며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물질을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풀이하고 설명하는 물리학이지만, 결국 그런 물질이 모여 유일한 내가 된다는 물리학자의 시선이 어찌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특별한 존재이면서 보편적인 존재라는 것이 그 엄정한 물리학이 보장해주고 있는 셈이다.
김범준 교수보다 더 유명한(!) 리처드 파인만은 무지개의 원리를 알고서 바라보는 무지개가 얼마나 더 신비로운지를 이야기했다. 김범준 교수가 마흔 두 개의 단어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가 바로 그렇다. 물리학의 세계에서 해석해낸 세상은 더욱 신기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살아갈 만한 세상이며, 우리가 가꾸어야 할 세상이며, 또 후손에게 남겨줘야 할 세상이다.
다시 한 번 파인만 얘기를 하면, 그는 가슴이 뛰는지를 물었다. 대상을 보고 가슴이 뛰지 않는데 어떻게 연구를 할 수 있겠냐고 했다. 과학이 바로 그런, 세상에 대한 경외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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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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