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3.12.1
그들은 제비처럼 왔다
- 글쓴이
- 윌리엄 맥스웰 저
한겨레출판
한 가족의 나침반 역할을 하던 어머니이자 아내가 죽는다(제목의 ‘제비’가 바로 그런 의미라고 한다). 남은 가족들. 아직 천사 같은 마음의 여덟 살 버니, 동생에게는 괴물 같은 존재이고, 순수함을 조금씩 잃어가고는 있지만 마음은 아직 여린 로버트, 그리고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이들에게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뻣뻣한 아빠 제임스. 이들은 이제 나침반 없이, 가족들을 이어주는 끈끈한 접착제 없이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1918년 11월 어느 일요일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날짜는 의미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으며, 전쟁보다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먼저 독감에 걸린 것은 막내였다. 학교 친구가 걸렸고, 옮은 것이었다. 어머니는 셋째를 임신하고 있었다. 안전하게 아이를 낳기 위해 남편과 먼 곳으로 옮겨 간다. 그런데 남아 있던 로버트도 독감에 걸리고, 출산을 위해 안전하다는 곳으로 떠난 부부도 병에 걸린다. 그리고 끝내 어머니는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스페인독감은 이 시기의 한 가족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소설은 이 과정에서 변화하는 가족 사이의 관계와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세 사람, 즉 버니, 로버트, 아버지 제임스의 시점으로 주변 사람들과 상황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또 변화한다. 어느 가족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들은 다른 가족이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불만을 가진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은 바로 그들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버니가 독감에 걸렸을 때, 로버트가 어머니를 버니 방에 들였다는 것 때문에 끝까지 죄책감을 갖는 것이다. 어머니 엘리자베스의 감염은 버니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님에도 그랬다. 가족이 아니라면 그런 죄책감은 갖지 않았으리라.
가족의 죽음은 큰 충격이다. 반드시 남은 가족의 삶에 영향을 준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그리고 다시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지에 따라 가족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소설은 그 과정,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정을 가슴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작가 윌리엄 맥스웰도 스페인독감으로 어머니를 잃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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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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