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3.12.29
중세 서유럽의 흑사병
- 글쓴이
- 이상동 저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코로나19를 거치며 과거의 감염병 팬데믹에 관한 얘기가 꽤 나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람들이 언급한 것은 20세기 초반의 스페인독감이었고, 또 하나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었다. 과거의 팬데믹을 언급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유적인 관심거리일 수도 있었지만,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컸다고 본다. 그러한 팬데믹이 사회에 가져온 영향을 반추하며 앞으로의 사회에 대해 내다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 사이 감염병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왔다. 여러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긴 했지만, 대부분은 여러 감염병을 함께 다루는 방식이다. 예외라고 한다면, 존 M. 배리의 《그레이트 인플루엔자》나 로라 스피니의 《죽음의 청기사》 같은 책들이 있다. 그런데 이 책들은 모두 스페인독감에 관한 것들이다. 반면 14세기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 즉 흑사병에 관해 심도 깊게 다룬 책은 의외로 드물었다. 그런 와중에 발견한 이상동 교수의 《중세 서유럽의 흑사병》은 반갑기 그지없는 책이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뉘고 있다. 1부에서는 흑사병의 종교적, 심성적 영향, 유대인 학살과 같은 사회적 대응, 그리고 사회 경제적 변화 등을 다루고 있다. 2부에서는 흑사병을 의학사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데, 병인론이라든가, 당시 의학계가 흑사병을 인식하고 있었던 바를 원인, 예방법, 치유법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엄밀한 관점에서, 대부분 학술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어 약간 딱딱하기는 하지만, 일반 교양서라고 해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내용과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들을 짧게 끊으면서 호흡을 쉽게 한 것도 도움이 된다. 그와 동시에 14세기 흑사병에 관해서 역사적인 면, 사회경제적인 면, 종교적인 면, 그리고 의학의 면에서 다양한 관점들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가운데 어떤 것은 버리는 것이 옳고, 또 어떤 것은 아직도 논쟁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테면, 14세기의 흑사병이 페스트, 즉 Yersinia pestis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는데, 저자는 여러 가지 증거를 들어 이를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흑사병 시대 이후 유럽에 사회경제적인 큰 변화가 있어서 임금이 오르고,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듯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실질임금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반론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때의 흑사병이 어디서 유래했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흐리고 있는데, 이를 확정짓기 힘들다는 사정에서 오는 듯하다(반면 최초의 팬데믹이라는 6세기의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북아프리카로부터 유래한 것이 거의 분명하다고 한다).
유사 이래 인류에 가장 큰 재앙이라는 14세기 흑사병에 관해 전체적인 상을 그리는 데 매우 큰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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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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