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4.2.19
숨겨진 뼈, 드러난 뼈
- 글쓴이
- 로이 밀스 저
해나무
언뜻 생각해봐도 뼈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게 참 많아 보인다. 200개가 넘는 뼈가 있으니(저자는 이 책에서 사람이 몇 개의 뼈를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얘기할 수 없다고 한다), 그것들을 구분해서 얘기하면 그것 자체로 이야기가 한 보따리다. 그리고 척추동물은 뼈를 가지고 있으니 동물들끼리 비교해도 역시 한 무더기의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다. 거기에 동네 정형외과를 가봐서도 알겠지만, 뼈에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고, 원인과 증상도 다양하니 역시 이야깃거리가 넘쳐날 것 같다.
그런데 그처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과 그것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알기 쉽게, 또 유익하게 풀어내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알고 있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이 다르고, 글로 쓰는 것도 어떻게 엮어내는지도 다른 문제다. 그래서인가? 뼈에 관한 교양과학서는 별로 없는 듯하다. 적어도 나는 별로 읽어보질 못했다(어쩌면 그 많은 뼈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기에 거기서 이미 저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독자들이 질려버릴려고 준비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로이 밀스의 『숨겨진 뼈, 드러난 뼈』를 발견하고는 반가웠다. 좀 읽을 만한 뼈 이야기가 나왔구나 싶었다. (우리말)제목도 과히 딱딱하지 않고, 목차를 봐도 음... 읽을 만할 것 같다. 적어도 뼈 이름에 치이는 일은 없을 듯하다. 그래도 미루다 읽었다. 그래도 뼈 이야기 아닌가.
책은 2부로 나눠져 있다. 그런데, 1부와 2부가 전혀 다른 사람이 쓴 글 같다. 1부 <숨겨진 뼈>는 그야말로 정형외과 의사가 쓴 글이라는 게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정형외과 의사이니 (주로) 뼈를 다루고, 그래서 뼈가 무엇인지, 어떤 뼈가 있는지부터 다룬다.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부러지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밖의 뼈 질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것 자체가 유익하다. 그리고 뼈 수술의 역사, 그 과정에 정형외과계에 우뚝한 거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앞으로 정형외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도 이야기한다(미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그리 전망이 어둡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2부 <드러난 뼈>에서는 로이 밀스는 정형외과 의사의 면모를 살짝만 간직한 채 완전히 다른 저자가 된 듯하다. 말하자면 1부가 뼈의 과학이었다. 1부는 뼈의 문화사다. 장의 제목도 약간은 은유적으로 바뀌었다. ‘홀로 남은 뼈’, ‘존경받는 뼈’, ‘가르치는 뼈’, ‘아름답고 즐거운 뼈’ 등등으로. 이것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읽어보면 확실히 그런 내용이다. 이를테면 ‘아름답고 즐거운 뼈’는 오락용으로 쓰인 뼈에 대한 얘기이고, ‘존경받는 뼈’는 순례자들이 찾는 뼈(예를 들어 카타콤 같은) 이야기다. ‘가르치는 뼈’는 뭘까? 과학에 관련되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뼈로 과거를 추적하는 얘기다. 주로 공룡 같은 화석을 찾는.
그럼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일까? 둘 다 좋은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어쩐지 나는 앞쪽의 이야기에 더 끌린다. 스스로도 예상 밖이다. 뼈를 둘러싼 문화사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데, 몇몇 에피소드와 관련 내용이 흥미를 끄는 것 외에는 2부가 좀 지겨운 느낌도 든다. 뼈가 역사적으로 수많은 용도로 쓰였다. 사실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너무 나열식이라 그런가? 아무튼 그렇다. 대신 1부의 진짜 정형외과 의사로서 쓴 글은 배움이 된다. 살짝 어려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의과대학생 수준으로는 아니니까 겁을 낼 필요도 없고, 필요하면 다시 찾아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다. 그림도 많은 도움을 준다. 뼈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있고, 그 뼈를 고치기 위해 어떤 과정이 있어 왔는지도 재미있다.
‘최고의 건축 자재’로서의 뼈에 관해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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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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