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4.6.17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 글쓴이
- 이재호 저
어바웃어북
해부학. 우리 몸의 뼈와 근육, 신경의 구조와 역할을 탐구하는 학문. 그러나 이제는 모든 구조를 파악했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학문. 그래서 의대 해부학과 교수들은 해부학 연구를 하지 않고, 줄기세포, 면역, 유전자 치료 등등의 연구를 한다. 그러나 여전히 필요한, 아니 반드시 필요한 학문이다. 의대생이라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며, 또 완벽하게 정복해야 할 산이다. 몸의 구조와 기능도 모르고 의사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각광받지 못하는 학문이니 전공하는 의사들도 없고, 그래서 의대에서 해부학은 가장 필요하지만, 교수 구하기 가장 힘든 분야이기도 하다.
그런데 해부학을 잘 알면 세상이 어떻게 달리 보일까? 이재호 교수의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에서도 그랬고, 이번에 『올림픽에 간 해부학자』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사실 어떤 분야든 경지에 이르면 세상을 보는 관점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이지만, 해부학은 더욱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재호 교수는 보여준다.

스포츠니, 몸을 쓰는(몸만 쓰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행위이니 뼈와 근육, 신경이야말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종목마다 특히 많이 쓰는 부위가 있고, 그래서 다치는 부위도 대체로 정해진다. 그런데 가끔 보면 의외라고 여겨질 때가 많다. 양궁에서 왜 활시위를 입술 부위에 대는지, 역도에서 허벅지 근육이 중요하고, 왜 한국의 선수들은 용상에 강하고, 중국 선수들은 인상에 강한지, 여성들이 자전거를 즐겨타도 하체가 두꺼워지는 대신 날씬한 각선미를 가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배드민턴에서 강한 스매싱의 원리는 무엇인지 등등.
우리 몸은 매우 조화롭지만, 또한 진화의 배신으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의 선수들은 그 조화로운 몸을 더욱 조화롭게 하지만, 또 특정 부위를 과도하게 써서 더욱 진화의 배신을 가속화시킨다. 그래서 다치고, 나중에 고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명예와 돈을 위하여. 물론 그것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만일까? 비록 올림픽도 아니고, 무슨 타이틀이 걸리지도 않았지만, 어린 시절 야구를 하면서, 축구를 하면서, 좀 더 커서는 탁구를 하고, 농구를 하면서, 혹은 최근에는 골프를 하면서 느끼는, 그 어떤 것은 무척이나 단순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냥 그게 목적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나를 향상시키고 싶은 마음,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
중학교 시절 매일 밤을 새워가며 보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점점 나이가 들수록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아마 이번 파리 올림픽은 몇 경기나 실시간으로 보게 될지, 나중에라도 시간을 내어 보게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스포츠에 담긴 정신들, 그곳에 가기까지 흘린 선수들의 피와 땀만큼은 절대 무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부디 다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 선수도, 다른 나라의 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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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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