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1. 책을 읽다

이미지

도서명 표기
여행자의 어원 사전
글쓴이
덩컨 매든 외 1명
윌북(willbook)
평균
별점9.6 (48)
ena

나라 이름만 가지고 세계를 일주했다. 북아메리카의 캐나다에서 시작해서 남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를 거쳐 오세아니아의 파푸아뉴기니까지 이르는 대장정이었다. 간혹 낯선 언어에 얽힌 사연에 약간 지겨울 때가 없진 않았으나 대체로는 흥미로운 여행이었고, 중간중간 눈을 반짝이는 경험도 한 여행이었다. 

 

몇 가지 전체적으로 느낀 것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우선 많은 나라가 자칭명과 타칭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부르고, 여기서도 표제로 삼고 있는 나라 이름은 타칭명인 셈인데, 그 나라의 국민들은 자기 나라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있다. 그것도 적지 않은 국가가. 이전에 알고 있던 것은 인도라는 나라가 자기네 나라를 인도, 즉 India라고 부르기보다 ‘바라타(Bharata)’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정도였는데, 여기서 그런 경우가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봤다. 그저 관습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좀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지배 엘리트와 국민, 혹은 민중 사이의 괴리가 낳은 경우가 많다. 또한 식민 지배의 자취인 경우도 많다. 지배 국가가 자신들의 기준으로 정한 국가 이름은 애초에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을, 자신들의 땅을 부르던 명칭과는 다른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자칭명과 타칭명이 다른 경우가 유럽보다는 아프리카, 아시아에 많다. 

 

또 한 가지는 이렇게 나라 이름의 기원을 찾아가는 작업이 정말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나라 이름이 한 가지 기원설을 갖지 않는다(대표적인 예외가 러시아 하나일 정도로). 몇 가지의 설을 가지고, 그것들은 그것들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지만, 또 그만큼의 모순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것으로 확정하기가 난감한 경우가 많은 걸 볼 수 있다. 어원학적인 면에서 접근하는 경우 말고도 민간 기원설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 더욱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런 국가의 이름의 가장 정확한 기원을 찾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국가의 국민들이 자신들의 나라 이름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것 아닐까 하는. 여러 기원설이 있지만, 가장 학술적인 정확성이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함께 탄 카누”라는 뜻으로 자신들의 국가 이름을 받아들이는 세네갈 국민들처럼 말이다. 

 


그런 전체적인 배움과 함께, 이 책에서는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몇 가지만 언급해본다. 

 

아메리카라는 대륙 이름이 아메리고 베스푸치에서 유래된 것은 상식인데, 근데 궁금했던 게 있다. 왜 성이 아니라 이름을 땄을까, 하는 것이었다. 덩컨 매든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아메리고가 베스푸치보다 라틴어화하기 쉬었기 때문이다.” (30쪽)

 

베네수엘라(Venezuela)라는 이름이 그 지역 호수에 지어진 수상 가옥들을 보고 베네치아가 떠올라 작은 베네치아라는 의미로 ‘베네치올라’라고 지었고, 그게 스페인어로 베누수엘라가 되었다는 사연. 

 

지금의 뉴욕이 원래 뉴암스테르담이었다가 네덜란드가 팔아치우면서 이름도 바뀌고 위상도 바뀌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 반대 급부 중 하나가 남아메리카의 수리남이었다. 

 

아르헨티나(Argentina)라는 이름의 기원이 이탈리아어의 아르젠티나(argentina)이고, 이것은 라틴어의 argentum이 기원이다. 이 라틴어의 뜻은 ‘은으로 만든’이다. 그러고보니 은의 원소 기호가 ‘Ar’다. 기억하기 쉽겠다. 

 

영국을 부르는 여러 명칭 중 Great Britain이 있다. 이 ‘Great’의 의미가 우리의 ‘대한민국’의 ‘대(大)’와 같지 않다는 충격적인(?) 사실. 

“사람들은 흔히 Great Britain의 Great가 애국심을 담아 스스로 붙이 말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때의 Great는 원래 큰 브르타뉴를 뜻하는 프랑스어 Grande-Bretagne에서 온 것으로, 프랑스 북서부의 지방 브르타뉴가 아니라 영국 제도에 속한 브리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108쪽)

 

블루투스라는 말의 기원. 더 정확하게는 블루투스 로고의 기원. 

10세기에 하랄드 블라톤이라는 왕이 덴마크에 기독교를 도입하고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하랄드 블라톤에서 블루투스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블라톤’은 영어로 블루투스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그가 개정한 룬 문자의 이니셜 ? (H)와 ? (B)가 블루투스의 로가가 되기도 했다. 영어 블루투스와 마찬가지로 노르웨이어 ‘블라톤’과 덴마크어 ‘블로탄’ 모두 파란 이빨이라는 뜻이다.” (133쪽)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ena님의 최신글

  1. 작성일
    8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8시간 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8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8시간 전
  3. 작성일
    22시간 전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2시간 전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5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4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3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