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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쓸모
글쓴이
박수밀 저
여름의서재
평균
별점9.4 (19)
ena

한글 전용 원칙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고, 외래어의 유입도 거세지는 것도 현실이지만(외래어 사용에도 큰 거부감이 없다) 우리말이 한자의 영향권에 놓여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한자를 아는 것은 그저 고리타분한 일이 아니라 우리말을 잘 이해하는 지름길(한자로 쓰면 첩경(捷徑)이라고 할 터인데, 이 책에서는 소개하고 있지 않다. 문득 생각나서 적어봤다)이다.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말인데도 어원을 알며 의미가 보다 분명해지는 경우가 있고, 때로는 전혀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던 말도 있다. 또 잘못 쓰고 있던 말도 있고, 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원래는 한자에서 온 말도 있다. 말과 글만 바로 쓰면 그런 유래나 원래의 의미 등을 몰라도 상관은 없을지라도 보다 풍부한 언어 생활을 위해서 알면 알수록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말과 글을 바로 쓰기 위해서 한자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 것들도 없지는 않다. 그런 까닭에서 박수밀 교수의 『한자의 쓸모』는 우리말글을 쓰는 데 적지 않게 도움을 주지만, 더 끌리는 것은 이것을 아는 것이 재미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대부분이 흥미로우면서, 또 살짝살짝 교훈도 집어넣고 있기에 어느 한 부분만을 떼어서 얘기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래도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부분을, 아주 몇 부분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아주 몇 부분만’이라고 했는데, 옮기다 보니 ‘아주’는 터무니 없는 얘기가 됐다. 그래도 정말 일부분만 옮겼다). 

 


의사(義士)와 열사(烈士)의 차이.

“의사(義士)는 성패와 관계없이 총이나 칼 등 무기나 무력을 통해 항거하거나 순국한 사람을 말한다. ... 반면 열사(烈士)는 직접적인 행동 대신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죽음으로써 굳은 의지를 내보인 사람을 말한다.” 

- 안중군, 윤봉길은 의사이고, 유관순, 이준은 열사인 이유. 

 

질병(疾病)에 관하여. 

“질(疾)과 병(病)은 둘 다 병을 뜻하지만,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먼저 병(病)은 병들 녁(?)과 열 병(丙)으로 이루어져, 몸에 열이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 몸에 열이 나서 누워 있는 것으로 육체적인 아픔을 나타낸다. 질(疾)은 녁(?)과 화살 시(矢)로 이루어져 화살처럼 빨리 진해오디는 아픔과 관계된다. ... 과거에는 가벼운 아픔은 질로 쓰고 더 심하거나 오래된 아픔에는 병을 썼다. 질병 가운데서도 돌림병, 즉 유행병에는 역(疫”)을 쓴다.“

 

동물에서 온 말들. 

”잠식(蠶食)은 ... 누에게 뽕잎을 먹는다는 뜻. 낭자(狼藉)에서 낭(낭狼)은 이리이고 자(藉)는 풀을 짠 깔개이다. 곧 낭자란 ‘이리의 잠자리’란 뜻이다. 이리는 깔고 자는 풀로 장난치는 것을 좋아해서 잠자는 굴을 들여다보면 뒤죽박죽 지저분하다. 저격(狙擊)이란 ‘긴팔원숭이가 후려친다.’는 뜻이다. 이 말이 어떤 대상을 노려서 치거나 총을 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봉기(蜂起)에서 봉(蜂)은 벌을 뜻한다. 따라서 봉기는 ‘벌떼처럼 일어난다.’는 뜻이다.“

”낭패(狼狽)는 본래 전설상의 이리과 동물이다. 낭(狼)은 뒷다리가 너무 짧고, 패(狽)는 앞다리가 매우 짧다. 낭은 꾀가 부족하지만 용맹하고 패는 영리하지만 겁쟁이다. 나오가 패는 혼자서 다닐 수 없으며 항상 같이 붙어 있어야 다닐 수 있다.“

”응시(應時)의 응은 매다. 곧 응시는 매의 눈처럼 부릅뜨고 노려보는 것이다.“

 

잘못 쓰기 쉬운 말들. 

풍지박살이 아니라 풍비박산(風飛雹散), 동거동락이 아니라 동고동락(同苦同樂), 성대묘사가 아니라 성대모사(聲帶模寫), 절대절명이 아니라 절체절명(絶體絶命), 홀홀단신이 아니라 혈혈단신(孑孑單身). 

 

변한 말들(많다). 

”도무지는 도모지(塗貌紙)가 변한 말이다. 도모지는 얼굴에 바르는 종이인데 조선 시대 형별의 하나로 쓰였다. 죄수에게 벌을 줄 때 도모지라는 창호지에 물을 묻혀 죄수의 얼굴에 여러 겹으로 착 달라붙게 한다. ... 끔찍한 형벌만큼이나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뜻에서 도무지(도모지)란 말이 나왔다.“

”방귀는 방기(放氣)가 변한 말이다.“

 

잘못 알고 있던 말. 

좌우명이 ‘좌우명(左右銘)’인 줄 알았는데, 좌우명(座右銘), 즉 ‘오른쪽에 새겨두는 경구’란 뜻이란다. 

”피로연에 대해 사람들은 큰 잔치에 피로(疲勞)할 테니 이를 위로해 주는 잔치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나 피로(披露)에는 다른 뜻이 있다. 피(披)에는 헤치다, 열다는 뜻이 있다(창피(猖披), 피력(披瀝)에 쓰이는 한자란다). 로(露)에는 ... 드러내다, 노출하다는 뜻이다(노출(露出), 노골적(露骨的)처럼). 곧 피로(披露)란 열어 헤쳐 보여주다, 혹은 드러내 보여준다는 의미다.“

 

뜻하지 않은 유래. 

나사(螺絲)는 소라처럼 생긴 실이란 의미에서, 용수철(龍鬚)은 용의 수염처럼 꼬불꼬불하다는 의미에서, 수류탄(手榴彈)은 석류 모양의 폭탄을 손으로 던진다는 의미에서 나왔다는 것. 그리고 주전자의 한자가 주전자(酒煎子)로, 원래 술을 데우는 용도였다. 

 

술에 관한 말들. 

”짐작(斟酌)에서 짐(斟)은 속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술잔이다. 곧 짐작은 속이 보이지 않는 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이었다.“

”건배(乾杯)는 ‘술잔을 마르게 하다.’, 즉 술잔의 술을 남김없이 비운다는 뜻이다.“_말하자면 ‘원샷’. 주의해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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