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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글쓴이
김소영 저
소울메이트
평균
별점8.6 (43)
ena

사실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 선입견이라는 게 있다.

비록 일천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내 경험과 내 취향, 그리고 인류가 진화해오면서 취득해온, 내 유전자에 각인된 습관 등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선입견은 대체로 빠른 판단이 필요한 경우 상당히 유용한 메카니즘이지만, 종종 잘못된 판단을 유도한다.

YES24를 통해 이 책을 받고 나서도 그랬다.

우선 제목부터 그랬다.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라니... 제목 자체가 어떤 간략한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인 느낌부터 팍팍 준다. 그냥 팁 정도?

표지를 넘기면... 저자가 소개되어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다. TV에 나오는 이가 쓴 책이란 얘기다. 나도 모르게 책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그게 어떤 것이란 건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짐작할 만한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잘못된 선입견이란 게 다 그렇듯 몇 장을 넘기면서는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에 대해서는 아직도 할 말이 남았지만, 저자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정말 편견을 가지고 있구나, 라고 밖에 할 수 없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비록 TV에 얼굴을 비치는 기자이지만, 얼굴로 먹고사는 직업도 아니고, 또한 관련 분야에서 적지 않은 경험을 쌓으면서 남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얘기가 많았던 것이다. 기자들이 세상사를 접하는 양이야 다른 사람들과 비할 수가 있으랴. 아무튼 그렇게 몇 꼭지를 읽고는 그저 자기 광고를 위한 책은 아님을 알게 되고, 비딱한 마음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예술은 (저자인 김소영씨도 밝히고 있듯이) 정의내리기 힘들긴 하지만, 우리 주변에 늘 있다. 그 발생 기원에 대해선 진화학자들이 여러 모로 모색하고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티븐 핑커 같은 경우엔 다른 활동의 부산물로 보고, 제프리 밀러 같은 경우엔 그것 자체가 적응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진화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공작의 깃털 같은 역할?). 그 밖에도 조금씩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지는 못한 듯하다. 정의 자체도 힘든데 그것의 기원을 분명하게 얘기하는 게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동의하는 것은 예술의 진화가 부산물이든 자체로 적응도를 높이는 행동이었든 결과적으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뜻 쓸데없는 것 같은 예술 활동이 계속 존속해왔고, 어느 시절에는 꽃을 피우고, 지금은 굉장히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분화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예술을 어려워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바로 곁의 일상적인 활동도 예술이라는 포괄적인 정의에서의 예술이 아니라 전문적인 활동의 결과를 예술이라고 했을 때, 예술은 전문적인 숙련의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것이다. 그것을 아무런 노력도 없이 이해하고, 즐긴다는 것은 오히려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가이드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 그 안내서의 역할을 김소영씨가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부터 지금 조금은 즐기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 자신의 문화부 기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감상 초보자’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는 게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과,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소개를 최대한 줄이고 눈높이를 맞추려 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서양에만 치우치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것에만 천착한 것도 아니고 적절하게 분배하고 연결시키려 한 점도 그렇다. 또한 어느 한 분야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림, 클래식 음악, 오페라, 뮤지컬, 연극, 발레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섭렵하고 있어, 형형색색 다채로운 반찬들을 접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현재 세계적인 문화의 추세와 우리나라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고, 또 어떻게 접근해야할 지도 감을 잡을 수가 있게 해준다.

 

그런데,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책의 성격이 모호하다. 제목은 분명히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라고 해서 무엇을 알려주는 정보의 성격이 강한데, 사실 그런 글과 저자의 경험을 쓴 수필 같은 글, 예술 문화 정책에 대한 조언 혹은 비판에 해당하는 글 등 짬뽕이다. 그래서 독자 입장에서는 쉽게 읽히긴 하지만, 어떤 방향을 가지고 예측을 해 가면서 읽기가 좀 쉽지가 않다. 또한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표면만 긁는 기분도 들어 읽다만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그런데 세상은 늘 그랬다. 그럼에도 예술은 이어져 왔다. 저자인 김소영씨는 ‘예술을 삶을 바꾼다.’고 했는데, 내 삶을 바꾸는 예술을 만나는 계기가 만들어질 듯도 하다.



(201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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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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