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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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의 탐구
글쓴이
프랜시스 크릭 저
김영사
평균
별점10 (2)
ena

1. 한 명의 과학자로서 과학자의 자서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학적 발견에 대한 경외이다. 또한 그도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심리도 있다. 그리고, 그건 또한 하나의 과학사이기에 지적 관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인의 자서전과는 그 정도나 유는 다르지만 과학자의 자서전도 허영과 과장이 적지 않게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서전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자서전이다.

그렇다면 이 프랜시스 크릭이라는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의 자서전은 어떤가? 물론 과학적 발견(가장 중요하게는 DNA 구조의 발견,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와 못지않게 중요한 유전부호 발견에 있어서의 역할)에서 그의 위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신 위주로 쓸 수 밖에 없으면서도 상당히 겸손한 자서전이랄 수 있다.

 

 

2. 성공한 과학자가 “내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라고 자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프랜시스 크릭의 자서전에서는 그게 자주 등장한다.

그는 실험생물학자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이론생물학자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론적으로 이러저런 것들을 예측했고, 그의 이론에 맞는 것에는 환호를 하고, 자랑스러워 했지만, 잘못된 것에 대해서 변명을 하지는 않는다.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그런 잘못된 예측을 했고, 그건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과학자다운 태도라 생각한다.

이 점은 왓슨의 자서전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와 분명히 대비되는 점이다. 왓슨의 자서전에는 그의 잘못이라는 부분은 거의 없다.

 

3. 왓슨과 크릭 중 과학자들에게 ‘과학자’로서 더 존경받는 이는 분명히 크릭이다. 크릭은 끝까지 과학자였다. 물론 왓슨의 역할 (이를 테면 과학행정가)도 분명히 의미가 있는 것이었으며, 왓슨이라는 거물이 있었기에 많은 연구 기금이 탄생할 수 있었고, 중요한 과학 기관이 탄생하고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로서 크릭이 죽기 전까지 걸어온 길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길이었다. <열광의 탐구>는 1988년에 나온 책이니 그가 죽기 거의 20년도 전에 쓴 책이다. 그 후의 그는 매트 리들리의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나, 이 자서전만으로도 그가 만년에 걸어간 길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가 쓴 대로 걸어갔으니.

 

4. 책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보자.

이 책은 왓슨의 <이중나선>과는 다르다.

<이중나선>이 과학교양서이긴 하지만 드라마와 같은 플롯을 가진 책이라면 (그래서 더욱 대중적이고 더 많이 팔렸지만), 이 <열광의 탐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표지의 부제로 쓰인 ‘DNA 이중나선에 얽힌 생명의 비밀’은 적절하다. ‘DNA 이중나선 발견에 얽힌 뒷 이야기’가 아니란 점에서.

그건 이미 왓슨이 썼고, 크릭은 조금 교정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 그 의미에 대해서 크릭은 좀 더 힘을 들이고, 또 그 후의 유전부호 (genetic code)에 얽힌 이야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자서전은 과학사에 대한 공부로도 충분한 책이 되고 있다고 본다.

 

5. 그러나 뒤로 갈수록 무미건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자서전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사람의 일생을 볼 때 그 사람이 만들어지는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대충 엇비슷한 모습들을 지나, 본격적인 활동의 시절이 가장 역동적이고 재미있고, 말년의 모습들은 성찰의 시기이기 때문에 재미가 덜한 것은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확 떨어지는 재미 때문에 책에 대한 집중력을 좀처럼 회복할 수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6. 중간에 나는 이렇게 썼다.

‘김영사’라는 출판사에서 이처럼 오자투성이의 책을 낸다는 것은 내용과 상관없이 상당히 의아스럽다. 좀 부끄럽게 생각해야지 않을까?

나는 이 책 읽기를 추천하겠지만, 상당한 오자와 어이없는 띄어쓰기 오류는 바로잡혀져야 한다. 솔직히 신참 편집자가 책을 만졌는지, 아니면 이 책에 무신경했는지 실망스럽다.



(20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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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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