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6.3.27
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
- 글쓴이
- 대럴 M. 웨스트 저
원더박스
백만장자(millionare)도 아니고 억만장자(billionare)의 부의 형성 과정, 그 부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
과정, 그들의 자선 활동, 그리고 그들의 정치 활동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비록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쓰고 있지 않지만, 그들이 신봉하고
있는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그리고 그 민주주의가 그 1%도
되지 않는 이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은 다시 쓰여져야 한다. 책에서 두세 번 언급되고 있는 인물
때문이다. 이 책에서 그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려 하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저자와 공개적인 논쟁을 벌이는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세계 최강국의 가장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직전에 있는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 알 거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그는 선거 자금의 대부분을 부호들로부터 모금한 힐러리 클린터이나 소액 선거 자금을 모으고 또 모은 버니 샌더스처럼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그도 이전에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유력 후보에게 거액의 선거 자금을 후원했지만, 이번에는 직접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의 막대한 부를 이용하여 선거
자금을 모금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돈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는
막말로 유명하고, 그것 때문에 반발을 사지만, 그가 지지를
받는 이유가 있다. 바로 대중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단순한 표현으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런지 모르겠지만 파고들어보면 정책의 측면에서는 버니 샌더스와 통한다고도 한다.
대중의 단순한 표의 합계로 정치지도자를 선발하는 제도로 의미가 축소된 민주주의와 자신의 거대한 부를 이용하여 정치
전면에 뛰어든 트럼프는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더 선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경험한(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도 이미
경험한 바가있다) 이제 미국이 억만장자가 직접 정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놀랍게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부자들이 직접, 간접적으로 정치에 뛰어들고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다. 록펠러가 그러했고, 이번에 대통령 선거전에 무소속으로 뛰어들까 진지하고 고민을 했던 블롬버그 전 뉴욕시장도 그렇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지명되었던 미트 롬니도 어마어마한 부자다. 버니 샌더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가 거대 부호들로부터 선거 자금을 후원 받는 상황은 그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이며, 그게 바로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비록 그들 중 일부가 적지 않은 기부를 하는 것도 사실이고, 억만장자
중에는 진보 진영에 기운 이도 있지만, 그것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부가 균형을 잡고 있고, 그들이 그 불평등을 시정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턱도 없는 소리다. 이
책은 그런 상황을 차분하게 경고하고 있다(『21세기 자본』을
쓴 피케티의 견해를 소개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온건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다).
대럴 M. 웨스트의 견해를 대표하는 문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헨리 포드는 간파했지만 오늘날 많은 기업가들이
잊어버린 교훈은,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근로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279쪽)
즉, 그는 혁명을 권고하지도 않으며,
“월가를 점령하라!”는 식의 투쟁도 언급하지 않는다. 부유세를
얘기하고, 유산세를 얘기하지만 상황을 얘기하지 강력하게 주장하지도 않는다. 상황을 걱정하고 부자들의 태도를 얘기하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힘든 얘기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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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