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7.3.7
붉은 손가락
- 글쓴이
- 히가시노 게이고 저
현대문학
히가시노 게이고는
사건의 배경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도 보여준다. 특히 가가 교이치로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작품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가가 형사의 영특한 사건 해결 능력도 볼 만하지만, 그 사건 해결이 인물들의 감정선과 잘 잇닿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소설에서 가가
형사의 사촌 동생인 마쓰미야를 등장시키는데(처음 등장하는지는 모르겠다),
마쓰미야는 사촌 형인 가가 형사의 아버지인 다카마사를 따라 형사가 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가 형사와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추적한다. 가가와 마쓰미야가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은
최근에 번역된 『기린의 날개』에서 다시 등장하는데, 『붉은 손가락』이나 『기린의 날개』가 모두 가족
내의 문제에서 비롯된 비극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는다(이 소설에 등장하는 간호사도 『기린의
날개』에서 다시 나온다).
『붉은 손가락』은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의 몰입도를 선사하지만, 특별히 긴장감을 갖는 구조는 아니다. 이미 초반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 즉, 누가, 어떻게,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를 독자에게 다 밝혀버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 『용의자 X의
헌신』처럼 막판에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데, 『붉은 손가락』의 반전은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범인에 대한 반전이 아니다. 추리소설로는 다소
밋밋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터인데, 반전이 할머니에게서 나올 것이라는 것도 예상이 가능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을 추리소설이 아니라 그냥 소설로 본다면 어쩌면 더 충격적인 결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떠올렸다. 구조는 다를지 모르지만, 우리
속에 내재된 악(惡)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은 매우 닮았다.
평범하게 보이는 가정이
안으로 커다란 악(惡)을 잉태하고 있다는 것, 지금은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 닥치면 누구라도 그처럼 악인(惡人)이 될 수 있다는 것. 사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스스로 뒤돌아보게 하는데, 난 아니라고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없다. 난 아니겠지? 라는 소극적인 방어 정도도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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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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