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17.9.10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 글쓴이
-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캐스린 바워스 저/ 이순영 역
모멘토
원 헬스(One Health)는 이제 거의 상식적인 말이 되어 가고
있다. 인간과 동물과 환경의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운동 내지는 지향이 바로 One Health인데, 이 이름 아래에서 많은 캠페인이 벌어지고,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그런 지향을 어떻게
실천되는지에 대해서 아직까지는 그다지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데 있다. 알고는 있지만, 혹은 그래야 하는 게 당위처럼 여겨지지만, 정말 그런 이상적 지향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인 경우가 많고, 그 이상적 지향을 어떻게 실체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와 캐스린 바워스의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원제 『Zoobiquity』)는 상당히 시사적이면서 도전적이다. 심장병 전문의이면서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가
우연히 기회에 심장에 이상이 생긴 동물원의 원숭이를 진찰하고 치료하면서 인간과 동물이 서로 동일한 질병을 갖는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긴 여정을
시작한다. 끈질기게 동물의 질병과 인간의 질병의 공통성을 탐구하면서 심장병은 물론, 암, 오르가슴, 중독, 두려움에 의한 심장마비, 비만, 통증을
통한 쾌락, 자해, 섭식장애, 성병 등등이 모두 인간이나 동물이나 함께 시달린다는 것을 알아낸다. 즉, 인간과 동물이 질병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새로운 용어, zoobiquity를 만들어낸다.
사실 인간과 (인간을 제외한) 동물이
아주 유사한 질병에 시달린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상식적인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를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물론 인간만의, 혹은
특정 동물만의 질병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인간이 앓는 질병을 다른 동물에서 찾는 것이나, 다른 동물들이 앓는 질병을 인간에게서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 의학이 그것을 애써 무시해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일어난 일은 저자가 마지막 장에 언급한 웨스트나일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사태다. 동물에서의 감염과
인간의 감염을 서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수의사와 의사가 대화가 단절되면서 그 정체를 알아내는 게 지체되었고, 그 지체의 기간 동안 적지 않은 사람과 조류가 희생을 당한 것이다.
이제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고,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자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 대로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연결뿐만 아니라, 진화상으로 연결된 수많은 질병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zoobiquity라는 이해는 동물에게서
인간의 질병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낼 수 있으며, 꼭 그게 아니더라도 동물 자체에 대한 이해,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다른 질병에 관한 게 아니라, 동물에서도 인간의 청소년기와 같은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질병이나 현상에 비해서는 상당히 가설에 가까운, 혹은 증거가 아직은 충분치 않아 보이지만, 동물에게도 질풍노도의 시기, 내지는 성인으로 가기 전의 학습 시기가
존재하며 그게 인간의 것과 아주 유사하다는 관찰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 못하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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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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