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의 소리

샨티샨티
- 작성일
- 2018.8.6
지독한 하루
- 글쓴이
- 남궁인 저
문학동네
38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응급실에는 온열환자들이 밀려든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진료하느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바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생활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의사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과로 꼽히는 응급의학과에서 10년 남짓 근무한 의사의 하루를 담은 책 <<지독한 하루>>를 읽으며 참혹한 일이 벌어지는 지옥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소명이 연상된다. 갖은 학대로 뇌출혈이 일어난 딸아이의 뇌 손상 부위를 치료하면서 의사가 던진 한마디는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서슴지 않는 이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환자에게 손대는 일조차 두려웠던 수련의가 하루에도 100여 명을 진료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로 번잡함 속에 진료하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지낸다. 생명의 끈이 끊어져가는 이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을 새롭게 하며 의료기술을 동원해 죽음을 삶으로 치환하는 일에 인술을 더한다. 저자는 여유가 생기면 과학적인 접근으로 응급실 상황을 차분히 정리하며 보호자가 알아야 할 점을 천천히 설명하였다.
전신 화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쉬고 있는 타과 인턴들까지 소집하는 방송으로 삶과 죽음의 길목에 선 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신경을 모으는 긴박한 응급실 풍경이 떠오른다. 입 안이 익을 정도로 심각한 화상으로 치료받던 이가 내뱉은 외마디,
“차라리 저를 죽여주세요.”
극한의 고통의 임계점에서 감내하기 힘든 통증 앞에 스러져 간 이들은 주검으로 장례식장으로 향하였다. 사소한 사고로 머리를 다치고 경추가 접혀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아들이 아버지를 기다리며 쓴 글과 지극한 정성으로 아들을 간병한 아버지의 글은 끈끈한 정을 담고 마음으로 흐른다.
유대하며 함께 했던 시간이 많았던 이의 죽음은 상실의 고통을 더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함께 수련한 외과의가 서른둘에 위암 말기 선고를 받고 산속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일을 끝에 실어 그의 삶을 애도했다. 기적 같은 일을 바라며 새로운 희망을 놓지 않았던 이의 투병은 처연함을 더한다. 폭염이 계속되는 여름, 면역력이 떨어진 이들에게 붙을 수 있는 질병으로 응급실을 찾는 이들을 위한 치료는 지금도 계속된다.
각기 다른 사연을 담고 있는 이들의 정확한 치료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일은 치료에 필수적이다. 자신들의 위치에서 폭행을 받아들이며 항변조차 못하는 소반대원들, 응급실 의사들의 모습을 담은 보도를 접할 때마다 인간과 짐승의 차이가 뭔지 회의하게 된다. 경찰병원과 국군병원과는 달이 소방관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전담병원이 없다는 현실은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고스란히 방증하는 셈이다. 고통 받는 약자에게 소방 조직의 힘이 충분히 닿게 할 필요가 있음을 밝히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며 오늘도 고통 받는 약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실천적인 노력에 숭고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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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