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의 소리

샨티샨티
- 작성일
- 2019.2.23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 글쓴이
- 조유미 저
허밍버드
이사를 가는 대신 집 내부 수리를 감행하고 20년 묵은 짐을 정리하느라 고단한 시간을 보냈다. 곳곳에 자리한 갖가지 물건들을 꺼집어냈을 때 나온 종이 한 장이 지나온 시절에 대한 회한을 더하였다. 부부의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썼던 편지 구절에는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푸념으로 남편에 대한 원망이 증폭되어 있었다. 그것을 찾은 아들은 내용을 보면서 어찌 부부가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다는 말에 그만 무색해지고 말았다. 서로의 자유 영역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질적인 성장을 돕는 관계 유지가 쉽지 않음은 스스로 손해보면서 지내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이 마음 깊숙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참 좋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며 살 수는 없지만 상대에게 좀 더 관대해진다면 가능한 일로도 비춰진다.
시간이 흐르고 인간 관계의 폭이 넓어지고 뜻하지 않은 환경에 놓여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던 낯섦이 낯익음으로 다가오기까지의 지난한 시간을 떠올리며 일상을 지속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드리워진 애증의 그림자가 배태하는 인간관계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인연의 실타래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으려 자신의 마음까지 내몰라라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중년에 이르러서야 중심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배움을 이었던 과정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였지만 지금의 내 모습을 갖추는데 큰 힘이 되었다. 과거의 경험이 쌓여 현재의 나를 이루고, 현재 경경험하는 것들이 미래의 나를 이루는 모태임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소소한 일상에 녹아있는 사연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인연 맺은 이들을 떠올리는 촉매로 작용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내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살면서 힘들지 않았던 시간은 별로 없었던 듯하다. 근시안적 시각으로 눈앞에 보에는 문제들에 얽매어 현상에만 매몰되어 살아오느라 놓친 소중한 것들이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일해 왔던 점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야속해하기보다는 정성을 다하다 보면 어느 새 우연처럼 진가를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도 품으며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다.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의 주문을 넣으면서 오늘도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다.
불우한 환경을 탓하면서 선택조차 할 수 없었던 지난 시간을 푸념하기보다는 결핍의 연속이었던 상황에서도 바로 설 수 있는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강단진 태도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며 이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최면을 걸면서 더 노력할 수 있었다. 계절의 온도가 다르듯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을 때마다 온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고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어떤 상황이든 마주할 수 있는 우직한 강단을 지니고 살아갈 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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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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