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현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표상되는 욜로족이 커지고 있는 시대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며 여행하는 삶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태어나 가정의 일원으로 생활하다 학교라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회성을 기르며 건전한 시민 의식을 지닌 이로 성장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아 좌절하곤 한다. 경험에서 배운 삶의 지혜로 어른이 되면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 조금 쉬워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타인과 소통하며 사는 일은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이질적인 성향의 사람들과 한 사회의 성원으로 자리하며 화합하는 일이 쉽지 않을 때면 이 사회를 벗어나고 싶은 열망은 짙어진다.

   내면의 소리를 죽이고 서로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감정의 둔덕을 평평히 하는 일이 어려울 때 이 사회를 벗어나 혼자 존재하고 싶을 때가 늘어난다. 평균 수명이 100세에 육박하는 시대에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내 이야기를 가볍게 옮기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소통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우리에겐 필요한 순간에 길을 바꿀 능력이 있다.’

  는 파울로코엘료의 말대로 시인은 여행자로 길 위에서 만나는 문물을 관찰하고 현지인들과 소통하는 일을 존재 이유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불가리아 어느 시골 마을에서 칼 가게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가게 주소를 새긴 뒤 돌아서는 여행자는 또 다른 희망을 꿈꾼다.

   혼자 떠나기 두려운 마음을 나누려고 누군가와 여행을 가려 하지 말라는 시인은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낯선 곳에서 그곳에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똑같은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갖는 매력은 홀로 여행길에 나서는 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관성이 지배하는 공간 외의 여행지에서 교감하며 지낸 이와의 사랑은 지금껏 취하지 못한 생각에 젖게 한다. 누구를 만나 사랑하며 지내느냐에 따라 사람도 변하게 되는데 상대를 의식하며 자신이 곁에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말이 통하지 않은 곳에서도 현지인들과 소통을 위한 방법은 존재한다. 생면부지의 타인이 보내는 눈길에 안도하고 현지인들이 보내는 따스한 정에 눈시울 적시는 경험은 홀로 여행하는 자가 만끽할 수 있는 여정에 함께한다.

   시인은 사춘기 열기를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며 달랠 수 있었다고 토로한 것처럼 나 역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노래를 신청하며 방송을 기다린 적이 있다. 을씨년스런 겨울 음산한 기운에 하얀 첫눈을 기다리듯 사연이 방송을 타고 내면으로 흘러들기를 고대하던 때 라디오는 세상과 연결되는 출구였다. 시인은 한때 방송 진행을 돕는 스텝으로 지내며 DJ에게 전해달라는 도시락을 대신 먹는 특별한 추억을 전한다. 시인은 생일에 혼자 조용히 여행을 떠나며 한 사람 모르게 한 사람을 사랑하는 자유를 통해 홀로 사는 삶을 사랑한다.    

   나이 50이 넘으면 타인의 시선과 뒷공론에도 의연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아 번민에 빠지기 일쑤이다. 질시의 눈으로 비아냥거리는 이들과거리를 두고 지내지만 점으로 이어진 인연은 선으로도 이어져 초탈하지 않으면 쉽게 지내기도 힘들어진다. 타인과의 관계에 힘들어하기보다는 차라리 혼자 지내며 내 삶의 주인공으로 바로서서 나만의 의식으로 충일한 생활을 지속하길 바라며 바싹 마른 일상에 단비를 뿌리며 살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