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3D프린터·사물인터넷·5G·인공지능 등으로 집약되는 기술 혁신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교육 형태는 이전의 시대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응용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다른 분야 사람들과의 협업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 현실은 학력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름 있는 대학 진학을 위해 골몰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치닫고 있다.
‘본인이 애타게 원한다면 몰라도 부모 마음대로 진로를 정해버리는 것이 과연 애들에게 좋은 일일까요?’
아이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부모들은 세속적 잣대가 정해놓은 규정을 따르면서 자녀들을 명문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의 노력은 적정 수위를 넘어선다. ‘호숫가 살인사건’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집단의 파행적 악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식의 명문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춘 가족은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뛰어들었다.
명문 사립 중학교 입학을 위해 의기투합한 부부와 학원 강사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사적인 모임을 유지해 왔다. 네 부부는 아이들 공부를 책임질 학원 강사와 함께하는 캠프를 위해 호숫가 별장에 모였다. 명성이 자자한 학교에 입학하여 엘리트 코스를 걸으며 이름을 드날리기를 바라는 부모는 어떤 조건도 마다하지 않는다. 슌스케는 명문대 입시를 위한 합숙 과외의 연장인 모임이 탐탁지 않았지만 아들을 위해 참석하길 바라는 아내 미나코의 뜻에 따랐다. 슌스케 눈에는 서로에게 다정다감한 모습은 아니지만 결속력을 보이며 함께하는 부부의 모습이 생경해 보였다.
슌스케가 부탁한 자료를 가져왔다는 그의 비서이자 내연녀인 에리코가 호숫가 별장에 도착하고 일은 벌어진다. 특별한 증거물을 가져왔다는 에리코와 만나기 위해 간 자리에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슌스케 부부가 지낼 방에서 주검으로 나타났다. 방 안의 시체 주변의 핏자국을 보며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 슌스케에게 미나코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별장에 모인 부부는 사체 유기로 이를 은폐하는데 힘을 모았다. 인적이 드문 호숫가 밤 시간을 이용해 이들은 보트에 시신을 옮긴 뒤 호수 한복판에 유기하였다. 부력으로 시신이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을 담은 포대에 돌을 함께 담는 치밀함을 보였다.
자식들의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 모인 부부는 서로를 깊이 있게 이해하며 소통하는 관계로까지 진전한 유대는 없었다. 남편의 내연녀를 죽인 아내의 죄를 덮어주려는 이들의 행동에 의심을 품은 슌스케는 진실을 밝히려 한다. 아내가 내연녀를 죽인 것이라면 이들이 한마음으로 살인을 은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추정하고 이면에 똬리를 틀고 앉은 진실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명문 중학교 입학을 위해 시험지 유출, 성 상납까지 서슴지 않는 부모의 입시 부정과 왜곡된 가치관은 자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불법적인 일을 저질러 죗값을 치르더라도 명문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법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하지 않았느냐는 아들 쇼타의 말에는 엄마가 심어준 왜곡된 가치관이 한몫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배워가야 할 시기에 아이들은 부모가 정해준 길을 걸어야 했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법을 잃어갔다. 학원 강사가 알선한 중학교 관계자와 얽힌 입시 비리의 물증이 담긴 사진을 들고 별장을 찾은 에리코가 양아버지의 내연녀임을 알았던 쇼타는 그녀를 돌로 쳐 죽게 했다. 아이들이 에리코의 죽음에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 부모들은 한마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살인 사건을 파헤치면서 입시 비리의 주범으로 사체를 유기한 반인륜적 범죄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으로 가득했을 뿐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슌스케는 망연자실한 채 침묵하며 가정이 깨질까 두려웠던 쇼타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였던 부분을 되짚어봤을 것이다. 명문 중학교를 졸업하고 명문 고등학교를 거쳐 명문대학교를 졸업해야 성공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파행적 입시 부정을 낳고 말았다. 조금은 다른 방법을 찾게 되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생각하며 경험할 기회를 열어주는 부모의 역할을 생각하며 참담함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