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리뷰

novel78
- 작성일
- 2023.5.27
순례 주택
- 글쓴이
- 유은실 저
비룡소
[살고 싶은 집이 생겼다]
-『순례주택』을 읽고-
주변에서 유난히 추천을 하는 책이 있다. 직업과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추천하는데는 그 책이 주는 울림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궁금한 반 기대 반으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표지는 빨간벽돌이 빼곡하게 차 있어서 정감있게 느껴졌다. 출근길에 많이 보는 빌라주택의 외관과 닮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책은 1~5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주로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였다. 순례주택의 건물주 순례씨는 ‘순하고 예의바르다’는 뜻의 순례(順禮)에서 순례자(巡禮者)에서 따론 순례(巡禮)로 개명했다.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대목이 와 닿았다. 그리고 이름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 원하는 한자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오수림’으로 순례씨의 사별한 남친의 외손녀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외할아버지와 순례씨 손에 자랐다. 마음은 순례 주택에 있고, 몸은 생물학적 가족과 사는 묘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생활지능이 높은 아이로 집에서는 일부러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나는 순례씨의 매력에 퐁당 빠졌다. 순례씨의 경제관념과 실천력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어른은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수림이에게 이야기하는데, 순례씨는 그것을 몸소 보여주는 멋진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모습도 좋아보였다. 순례씨가 좋아하는 유명한 말은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이다. 나는 나의 인생의 순례자로서 살고 있는가, 관광객으로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1군 가족이 쫄딱 망해서 순례주택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계속 된다. 1군 가족을 보면 ‘남보다 못한 가족’의 표본을 보는 듯해서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추악한 모습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는 그동안 쓴 작품 속 인물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이름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이름은 김순례다. 삶에서 닥치는 어려움을 ‘실패’보다는 ‘경험’으로 여길 수 있는, 부와 명예를 위해 발버둥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아름다운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성세대가 망가뜨린 지구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어린 순례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이나 브랜드로 사람을 구별 지으려는 어른들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 보기 드문 ‘닮고 싶은 어른’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멋진 어른 김순례처럼 나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웬만한 어른들보다 더 속이 깊고 멋진 오수림을 보며 내 아이도 이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싼 집을 돈으로 살 수는 있어도, 멋진 이웃까지 고를 수는 없다. 이웃 간 예절을 잘 지키며, 멋진 옥상공원을 공유하는 순례주택에 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이웃을 바라기 전에, 나부터 좋은 이웃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