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파란하루키
- 작성일
- 2018.9.25
다녀왔습니다_ 뉴욕 독립서점
- 글쓴이
- 안유정 저
왓어북
해아래 새것이 없다더니, 작년부터 한국과 일본 책방 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고 있다보니 (개인적으로 비교적 궁금해하지 않는 나라) 미국 책방 관련 서적에서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서점 운영 형태들을 발견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표방하는 동시대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기 때문일 테다.
한 달 정도 뉴욕에서 근무하게 된 저자가 퇴근 후 뉴욕 독립서적 탐방에 나섰다. 직접 찍은 사진을 얹고 책방지기와 인터뷰한 내용을 기록해 책을 출간했다. 저자 자신이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책방 운영 방식과 분위기 등을 읽어내는 자세에서 통찰력이 느껴진다. 가독성 좋은 문체로 뉴욕에 소재한 각 독립책방 특징을 잘 정리해 보여준다.
숱한 작은 책방 관련 서적에서 입을 모아 말하고 있듯, 온라인 서점과 공존해야 하는 오프라인 서점 존재 이유는 이제 책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거기서 좋은 책을 우연히 만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일 테다. 오프라인 책방이 '북카페나 굿즈 판매를 병행해도 괜찮은가?' 등이 논쟁거리이지만, 책방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면서 독자가 책을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이런 저런 스킬들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뉴욕 작은 책방들은 어떤 스킬을 활용하고 있는지 책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시하는 게 서점의 미래'가 될 것이라 말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사지 않으니까, 대신 책이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거다. 사람들이 책은 안 사도 책이 있는 공간을 사랑하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건 분명하다." 95쪽(요리책 전문 서점 보니 슬롯닉 쿡북스 보니 아주머니 말).
우리나라에도 책맥할 수 있는 작은 책방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술이 있는 책방 모습도 천차만별일 듯하다. 아래 책방처럼 동네 커뮤니티로서 힙스터들이 모여 왁자지껄한 이벤트를 벌이는 분위기 자체에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책을 가져가면 술로 바꿔준다는 컨셉이 매력 있어보였다. 그런 컨셉에 조용히 혼책맥할 수 있는 분위기인 책방이 있다면 아마 난 벌써 단골이 되었을 테다.
"이곳은 술을 빼면 설명이 안 되는 공간입니다. 우선 서점에 바가 있는 것부터가 남다릅니다...
그러나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집에서 굴러다니는 고서적이나 예술서를 잘 골라서 가져가면, 맥주와 바꿔먹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책을 사러 가는 건지 술을 마시러 가는 건지, 어찌 됐건 술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쉽게 단골이 됩니다.
저녁에 벌어지는 이벤트 또한 독보적입니다. 출간 기념회와 낭독회는 물론, 디제잉 파티와 동네 체스 대회, 가라오케의 밤, 공짜 헤어컷 같은 이벤트도 열립니다. 주인 맘에 내키거나 커뮤니티에서 원하는 이벤트면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여는 듯합니다. 특이하지만 왠지 끌리는 이벤트에서 주인의 자유로운 마인드와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습니다. 만약 훗날 독립서점을 열면 어떤 기발한 이벤트를 열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이 서점을 계속해서 주시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180쪽(힙스터들이 좋아하는 독립 서점 몰래시스 북스 설명 중).
교사이다보니 독서 교육에 항상 관심이 많다. 여러 예스블로거들이 공감하리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ebook이 나왔어도 종이책의 물성 등 여러 가지 장점들을 포기하지 못해 ebook보다 종이책이 좋고 더 잘 읽힌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동, 청소년들도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즉 손으로 책을 들고 책장을 넘기며 눈으로 보는 과정을 거쳐야만 글자의 의미를 뇌로 이해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면에서 종이책으로 학습할 때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에 납득이 간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면 침대 등 항상 손이 닿는 곳에 책들을 쌓아두라는 지침 역시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미국 어린이를 겨냥한 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니 좋은 소식이다.
"어린이책이라는 한정적인 카테고리,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가 늘어나는 추세가 북스 오브 원더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어린이책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지구 상에서 디지털을 먼저 접한 최초의 세대인 2010년대 이후 출생 어린이들도 전자책보다 종이책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어린이들이 이북 등 전자책보다 종이로 만든 책을 봤을 때 학습 효과가 더 좋다는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222쪽.
대중매체에서 너무 자주 접할 수 있는 뉴욕이라 조만간 가서 독립서점 탐방을 할 일은 없을 듯하다. 그래도 책과 마을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고 싶어하는 브루클린 같은 지역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마음이 훈훈했다. 비교적 독서라는 취미 생활을 별로 선호하지 않을 듯한 이미지, 항상 새로운 문화를 선호할 듯한 '그 미국'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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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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