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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anska
- 작성일
- 2022.9.11
위로의 미술관
- 글쓴이
- 진병관 저
빅피시
한낮의 일요일 오후,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바람이 파고든다
《기묘한 미술관》으로 유명한 진병관 문화해설사의 신작 《위로의 미술관》을 통해 힘들었던 지난 한주의 노곤함을 풀기에 제격인 시간이다
저자 소개 진병관
벅스뮤직과 엠넷미디어에서 뮤직 콘텐츠와 사이트 기획자로 근무하던 중, 더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 2009년 파리로 훌쩍 떠나와, 사진전문학교 EFET를 졸업,
현재는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로서 여행과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이에게 쉽고 재미있는 미술이야기를 전하고 있음
저서 《기묘한 미술관》
'위로와 공감'에 초점을 맞춘 이번 작품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의 여정 속에서 절망과 좌절에 맞선 예술가들의 삶과 그림이야기가 펼쳐진다
1장,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의 그림들
누가봐도 늦은 나이에 두려움 없이 도전했고, 무엇보다 다른 이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지 않았던 작가들의 작품
(클로드 모네, 모리스 허쉬필드, 그랜마 모지스, 수잔 발라동, 앙리 마티스, 폴 세잔의 이야기)
마티스는 사물이 가진 고유의 색채를 부정하면서 화가의 내면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색채를 이용했다. 그는 색채 이론에 관해 자신이 녹색으로 칠했다면 그건 잔디가 아니고, 파란색을 칠한 것 또한 하늘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색채로 기존 회화의 개념을 뒤엎는다
위로의 미술관 p.61
야수파의 시작을 알리는 앙리 마티스의 그림 <모자를 쓴 여인(1905)>이다.
기존의 그림에서 그려지듯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여인의 초상과 다르게, 녹색과 보라색, 붉은색 등이 뒤죽박죽 칠해져있다
지금 현대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수도 있지만, 당시 20세기 초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초록색 슈렉의 얼굴빛으로 그려놨다니 당시에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야수파의 창시자로 '색채의 마술사'로 알려진 앙리 마티스는 스무살 시절 맹장염 수술을 회복하는 동안, 그림을 처음 접하게 되며 화가의 길로 접어든다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20세기의 미술을 열었던 색채의 거장, 마티스는 결장암과 폐색전증을 앓으며 죽음의 문턱을 간신히 넘기는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 병상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붓을 쥐기가 힘들어지자 색종이로 오려 붙이기 '컷아웃' 기법으로 예술의 혼을 불태운다
최고의 컷아웃 작품 <푸른 누드(1952년)>는 그가 사망하기 바로 2년 전에 완성되었다는 사실은 가히 놀랄만하다

인체의 형상은 무척 단순하지만 관절 사이를 비워 운동감이 느껴지고, 평면적이지만 동시에 입체감이 느껴진다

2장 , 유난히 애쓴 날의 그림들
타고난 결핍, 정신적, 육체적 고통, 폭력적인 시대 등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삶을 산 작가들의 작품
(이반 아이바좁스키, 르누아르, 쿠르베, 라울 뒤피,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
크림반도의 바다 마을 페오도시야에서 태어난 이반 아이바좁스키는 위대한 해양풍경 화가로 손꼽힌다. 6000여점의 작품 중 절반 이상이 정교한 바다의 풍경을 그렸다고 한다
당시 혼란스러운 유럽 정치 환경에 환멸을 느낀 예술가들은 감정과 공상을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낭만주의>사조를 탄생시켰다. 그중 러시아의 정치는 상황이 더 심각했는데, 당시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스 1세는 자유주의 운동을 탄압하며 자신과 반대되는 세력을 숙청하는 폭압정치를 펼치고 있었다


이반 아이바좁스키는 이번에 《위로의 미술관》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화가이다
그의 그림을 찾아보면서 당시의 러시아와 유럽의 정치, 사회를 떠올리며 화가의 심정을 이해해 보려고 했다
죽음과도 같은 어두운 파도를 헤쳐나가는 뗏목 위에 사람들,
저 붉은 태양을 향해 깃발을 흔들고 손짓을 하는 장면을 보니, 이 그림을 통해 당시의 절망적인 사회 환경 속에서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고자 하는 화가의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듯했다
바다보다 하늘을 더욱 넓게, 차가운 바다의 색보다 더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하늘색을 강조해 그린 화가는 대자연 앞에서 초라하지만 투쟁을 멈추지 않은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위로의 미술관 p.95
3장, 외로운 날의 그림들
홀로 고독과 외로움 가운데서 오히려 새로움을 창조해낸 예술가들과의 만남
(케테 콜비츠, 툴루즈 로트레크, 알폰스 무하, 프리다 칼로, 조르주 쇠라, 렘브란트의 이야기)
책 속에 소개된 3장의 화가들 중에 프리다 칼로를 꼭 소개하고 싶었다. 멕시코 여류 화가인 프리다 칼로를 본격적으로 알게 된 건 셀마 헤이엑 주연의 영화 <프리다>를 통해서였다.
짙은 일자 눈썹을 가진 미묘한 인상의 프리다의 얼굴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녀는 6살의 나이에 소아마비를 앓았고, 18세에 교통사고로 전신이 부서졌다. 죽기 전까지 30번에 달하는 수술과 죽음의 위기를 넘겼다
여기까지도 파란만장한 인생인데, 평생 사랑했던 남자 디에고는 난잡한 여성편력을 (프리다의 여동생과 절친과도 불륜을 저지르고, 2번이나 이혼을 요구한다) 보이며 프리다의 삶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혼 후 2번이나 디에고와 재결합을 한 것을 보면, 디에고를 정말 사랑했던 것 같다
일생 동안 나는 심각한 사고를 두 번 당했다
하나는 16살 때 나를 부스러뜨린 전차이다
이때 부러진 척추로 나는 20년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두 번째 사고는 바로 디에고 Diego다
두 사고를 비교하면 디에고가 더 끔찍했다
프리다 칼로
죽기 전까지 약 30번에 달하는 수술을 이겨냈으며,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번번이 아이를 유산했던 자신의 고통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프리다의 그림을 지켜볼 때면,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는지 작품을 보자마자 느껴진다

1953년, 프리다의 첫 개인전이 열리게 된다
건강상태가 나빠져 참석할 수 없게 되자, 그녀 자신을 침대와 함께 전시장으로 옮겨, 누운 채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다음해 프리다는 47세로 고단한 인생의 막을 내린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도 나오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프리다의 고단한 인생 중 가장 행복해하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었다.
평생 조국 멕시코를 사랑했고 끔찍한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진정한 페미니스트인 일자 눈썹의 프리다 칼로를 다시 한번 가슴깊이 추앙해 본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영원하다!!
프리다 칼로
4장, 휴식이 필요한 날의 그림들
일상의 쉼과 행복이 되어주는 존재들을 다룬 작품. 그 자체가 위로와 치유가 되는 작품
(구스타프 클림트, 에드윈 헨리 랜시어, 찰스버트 바버, 아서 엘슬리, 모딜리아니, 몬드리안, 칼 라르손의 이야기)
4장에서 소개할 화가는 스웨덴의 국민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칼 라르손이다
역시 이 책 《위로의 미술관》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이 유명 화가 부부, '칼 라르손과 카린'은 스웨덴의 브랜드 이케아IKEA의 가구 디자인과 실내장식에 모티브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참 따듯하고 엄마품 같은 집이 떠오른다
아이를 목마 태우고 있는 모습, 화분에 물을 주고, 손뜨개질을 하는 안락한 거실의 모습이 딱 우리의 이미지 속에 있는 '상상 속의 행복한 집' 그 자체이다


지친 하루의 끝, 《위로의 미술관》에서 오직 나만을 위한 그림이 펼쳐진다.
그림 속에 25명 예술가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들의 감동적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추석 연휴의 끝자락, 주말의 오후의 끝에서 그들의 작품을 통해 '쉼'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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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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