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신비 아파트”라는 애니메이션은 꽤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아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난 그 괴기한 이야기와 등장 캐릭터들이 영 못마땅한 관계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최대한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교나 유치원에서 친구들로부터 흡수하는 정보력은 늘 내 예상치를 뛰어 넘는 것이라, 어느새 큰 아이는 모든 스토리와 캐릭터의 특징들을 꿰뚫고 있었다. 결국 내가 졌다.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신비 아파트 고스트 볼 X의 탄생 와글와글 따라그리기>는 신비 아파트 중에서도 그나마 귀염성 있는 캐릭터들이 실려 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비, 금비를 비롯하여, 주인공인 구하리, 구두리 그리고 남자 아이돌 뺨치는 강림과 리온도 있다. 이름이 좀 더 익숙한 마리오네트 퀸이나 무면귀가 없는 것은 좀 아쉽다. (아니면 고스트볼 시리즈에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인 걸까?) 한쪽은 따라 그리는 순서가 자세하게 나와 있고 또 다른 한 쪽은 색칠놀이, 글자놀이를 한번에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학습지에 있는 글자 따라 쓰기는 질색을 하던 녀석이 여기에 실린 귀신 이름은 시키지 않아도 쓴다. 좀 더 똑같이 색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큰 아이, 언니 따라 자기도 하겠다고 덤벼드는 둘째 아이는 하원 후 오후 내내 이 책을 가지고 놀았다.

큰 아이에겐 관찰력을, 작은 아이에겐 소근육 발달을, 이라는 거창한 주제 없이도 일단 아이들은 이 책이 재미있다. 아이가 캐릭터의 탄생 비화를 들려 줄때마다 움찔움찔 하긴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때 들었던 홍콩할매귀신이나 학교 괴담을 떠올려 보면 아이들의 관심이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단순한 옛날 귀신에 비하면 신비 아파트에 나오는 귀신들의 사연은 얼핏 서정적이기까지 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경계를 알리 없는 아이들에게 귀신이란 그저 티비에 나오는 재밌는 친구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