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
  1. 인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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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 수업
글쓴이
차병직 저
바다출판사
평균
별점9.5 (12)
오르페우스

차병직 <존엄성 수업> 읽기 (1)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



 



 



 





 



 



 



문장은 힘이 셉니다. 진실이 담긴 문장은 더욱더 힘이 셉니다. 진실을 담은 문장을 권력은 어떻게 억누르려고 합니다. 진실이 알려지면 권력을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 시대의 변화는 늘 문장 속에 담겨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집니다.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존엄성 수업'이라는 책 제목에 나타나는 대로, 지은이는 우리에게 문장에 담긴 생명의 권리를 들려줍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그런 것이다.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한 노력과 무수한 다른 주인의 배경이 되어 협력해야 하는 두 가지 위대한 과업을 짊어진 존재로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는 가운데 각자 자기가 아닌 맞은편 사람의 가슴에 달아주는 존재 증명의 훈장이 인간의 존엄성이다. 그러한 의미와 가치를 깨달은 지혜로운 자나 좌충우돌하는 무지한 자나 애당초 차이는 없다. 다만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훼손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거기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의 중심을 인간으로 삼자는 진지한 제안,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각자 그리고 서로 지켜주기 위한 목적적 가치이자 도구가 인권이다. (39~40쪽)



 



 



지은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합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기 위한 노력 속에서 이루어지고, 또 하나는 다른 주인의 배경으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두 가지는 사실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기를 세우는 일은 곧 타자를 인정하는 일과 다르지 않으니까요. 타자를 통해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이 세워진다고 말해도 좋겠습니다.



 



지구상에 인류가 나타나면서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습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욕망은 끔찍스러울 정도로 지독합니다. 오죽하면 같은 종족에 대한 지배 욕망으로까지 뻗어나갈까요. 지독한 욕망이 절제되지 않을수록 인간의 존엄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인간이 일으킨 전쟁들을 떠올려 보세요. 아우슈비츠의 비극은 또 어떤가요?



 



지은이는 "거기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생명이 단순한 도구로 변질되는 순간 인간을 포함한 생명 존엄성은 그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지은이는 이야기의 중심을 '인간'으로 삼자고 제안합니다. 저는 '인간'을 '생명'으로 바꾸어 읽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생명의 존엄성과 다르지 않습니다. 생명 그 차제를 목적적 가치로 여기는 마음이 인간의 존엄성을 낳는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사나운 폭력이나 포악한 권력의 비이성적 횡포로부터 모든 생명권을 보호해야 마땅하지만, 그 안전한 안쪽에서는 생명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으로서 품격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동시에 기능할 때 생명은 비로소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생명이 절대적 조건이기는 하지만, 유지 그 자체만으로는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생명의 주체가 결정권을 행사하여 자기 생명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환경에서 존엄성이 살아난다. 생명으로부터 비롯하는 인간의 모든 자유와 권리가 다시 되돌아가 자신의 생명을 생명답게 만들기 때문에 기본권이 된다. (72쪽)



 



 



태어나는 순간 모든 생명은 생명권을 타고나게 됩니다. 아무리 사악한 권력이라도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맥락이 이 말에는 들어 있죠. 물론 이러한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생명이 지구상에는 엄청나게 많습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발을 디디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사라졌는지 생각해 보세요. 인류의 발길이 미치는 대륙마다 생명 다양성이 파괴되었다는 증거를 우리는 곳곳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인간은 같은 종족조차 무자비하게 죽입니다. 권력자는 그 알량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일어난 무수한 전쟁을 가만히 떠올려 봐도 좋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애꿎은 백성들만 목숨을 잃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권력은 안전한 후방에서 진격 명령만 내릴 뿐입니다. 전쟁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이들은 가장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 전쟁이 끝나길 기다립니다.



 



지은이는 포악한 권력의 비이성적 횡포로부터 모든 생명권을 보호해야 마땅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 생명권일 수밖에 없는 이유겠습니다. 한편으로 지은이는 생명의 주체가 자기 자신인 점도 분명히 강조합니다. 생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생명권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유지되는 삶을 생명권을 보호하는 일로만 생각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생명의 품위를 이야기합니다. 품위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올 때, 생명 주체 스스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여기서 비롯됩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무엇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명을 연장하려는 연구가 공공연하게 진행되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사는 게 고귀한 생명을 지키는 일인지 새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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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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