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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0611
- 작성일
- 2016.6.30
벽
- 글쓴이
- 정진호 글
비룡소

2016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 벽!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은 정진호 작가의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마술 같은 그림책
저는 감히 이 책을 철학동화로 분류하고자 해요.
왜 그런지 설명을 드려볼까요?

이 아이는 밖을 보는 걸까요? 안을 보는 걸까요?
보는 방향에 따라,
즉, 내가 가진 관점에 따라
그림책을 다르게 볼 수 있고
동화 속 아이의 상황을 다르게 인식할 수 있어요.
이것은 곧 관점의 차이를 말하고,
어느 것도 절대적인 것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죠.
이처럼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게하기 때문에
'철학동화'라는 꼬리표를 붙여 보았답니다.

벽은 경계성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실제적으로도 경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경계라는 것은 나를 기준으로 안과 밖을 만들기도 하고,
좋고 싫음 혹은 옳음과 그름을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모두 '나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에요.

책장을 넘기면 정말 벽이 하나 나오는데,
이 벽은 닫힌 공간을 만들어 내는 벽은 아니고,
어느 열린 공간에서의 벽으로 표현되고 있어요.
면을 만들어내는 선의 역할이 아닌
그냥 선으로 표현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그 벽에는 창이 하나 있었답니다.
그나저나 저 아이는 밖을 내다보는 걸까요?
안을 들여다 보는 걸까요?
으뜸이의 관점에서 저 아이는 안에 있는 걸까요? 밖에 있는 걸까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걸까요?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걸까요?
제가 자꾸 이렇게 질문하며 책장을 넘겼다 되넘겼다 하니
으뜸이가 그만하라고...

이번에는 문이 뚫려 있네요.
안으로 들어간걸까요? 밖으로 나간걸까요?
그나 저나 어느쪽이 안이고 밖인지... 당췌 헷갈리게 만드네요.
그래서 저는 계속 갸웃갸웃...
머리가 뭔가 복작복작 한 상태로 책장을 넘겼어요.

하지만 우리 으뜸이는요?
여기는 밖이잖아요. 여기는 안이잖아요.
오히려 나름 명쾌하게 해석을 하며, 으뜸이만의 관점을 구축해서
동화를 보고 있었어요.

구멍이 하나 있지요.
여기서 보기엔 작아 보였는데,
거기서 보니까 크네요.
무슨 말장난 같지요?
사실 그 구멍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내가 어디에서 구멍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구멍이 달라져요.
사실 달라진 것은 나의 관점일 뿐이라는 것을
선과 면을 통해서 예술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답니다.
이래서 제가 '철학동화'라고 하는거예요~

관점을 달리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지요?
그리고 생각도 달라지게 되고요.
훗날 우리 으뜸이가 자랐을 때
어떤 현상을 혹은 어떤 사물을 만났을 때
다양한 각도에서 그것을 살펴보고, 판단하는
폭넓은 사고를 가졌으면 하는데요,
이 책을 통해 그런 훈련이 되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 보았답니다.

안과 밖의 경계에서 고민을 하던 아이는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물론 이 아이의 생각에 독자들도 함께 곰곰이 생각을 해야만 할거예요.

바뀌는 건 벽이 아니라
내가 아닐까?
다른 곳에서 보면 달라 보이는 거니까!
작가는 그렇게
"바뀌는 건 나"라는 삶의 진리를
'벽'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어요.
우리는 종종 이야기합니다.
"당신 결혼하고 달라졌어!!"
하지만... 정말 달라졌을까요?
달라진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정말 어떤 획기적인 사건,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고서는
인간이.. 어릴적부터 쌓아온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죠.
그런데!!
남편이, 혹은 아내가 결혼하고 그렇게 쉽게 달라질까요?
아니죠.
단지 달라진 것은 '저의 기대감'일 것입니다.
연인일 때 남자친구에게 기대했던 것과
부부일때 남편에게 기대했던 것이
달라졌을 뿐인거죠.
즉, 남편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 기대감이 달라진거죠.
자, 이래도 비룡소의 철학 그림동화 <벽>을
어린이 동화, 어린이 그림동화에 불과하다고 하실건가요?
지금부터 우리 아이와 함께 생각하기 훈련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떤 상황이든지, 그것을 바라보는 여러개의 다양한 관점들이 있고,
그 관점 중 어느 것도 정답은 없다는 것을...
다만 최선의 관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함께 생각하기 훈련을 통해 길러보도록 하세요.
그래서!
저는 으뜸이와 이 책을 읽고, 실제로 '벽'을 체험하는 독후활동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폴더매트가 지그재그 모양으로 딱 세워지죠~
그래서 방에 폴더매트를 넣어주고 병풍처럼 세워보았어요.
여기는 튀어 나온 걸까요?
불쑥 들어간 걸까요?
누구 기준인가요?
으뜸이랑 나 잡아 봐라 놀이를 하면서
어? 여기서 보니까 튀어 나왔다.
어? 여기서 보니까 들어가 있네~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보았답니다.

그러다가 지쳐 쓰러진 으뜸군~
잡기놀이 더 이상 힘들다고,
이제부터 이쪽 영역은 으뜸이네 집이라고 하더군요.
지금 으뜸군은 집에서 자는 중인데요,
엄마는 어서 엄마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다음번 독후활동은 두꺼운 종이에 구멍도 내고 문도 뚫고,
이 <벽> 책에 나온 모양대로 벽을 하나 만들어서 놀이를 해볼까 해요.

이상,
여섯살 남자아이 으뜸이와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좋고,
독후활동하며 생각거리까지 만들어가며 대화하며 읽는 것도 좋은
비룡소 그림책 <벽>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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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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