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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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의 발견
글쓴이
임두원 저
부키
평균
별점7.6 (29)
Kaze

   난 튀김을 좋아한다. 바삭한 식감, 고소하고 기름진 향, 씹을 때 느껴지는 다양한 풍미까지. 같은 이유로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은 널렸다. 하지만 튀김을 좋아한다고 해서 튀김에 대해서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튀김 요리법이 아닌, 튀김 그 자체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 임두원 씨는 서울대학교에서 고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이자 20년 전통 돈카츠 전문점의 사위다. 그 또한 튀김 애호가로서, 단지 먹는 것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튀김에 대해서 더 알아보기로 했다. 이 책은 그가 다양한 방면으로 튀김을 공부하고, 연구한 내용의 집합체다. 튀김에 대해서 책을 썼다는 것 자체가 유니크하고, 과학자가 과학을 접목시켜 풀어냈다는 것이 흥미로워서 읽어봤다.


   책은 총 6장으로 되어 있고, 과학자가 쓴 만큼 군데군데 과학 이야기가 들어가 있지만 크게 나누면 1,2장에선 역사·인문학적이야기를, 3,4장에선 본격적인 과학을, 5,6장에서는 일반 상식 이야기다. 구성이 깔끔하다고 생각하는게, 1,2장을 읽을 때는 정말 인문교양서를 읽는 느낌이지만 3, 4장은 영락없는 과학 교양서다. 일반인들 누구나 아는 과학 상식이 아니라 비누화 반응, 가수 분해와 같이 제법 이과적인 향기를 풍기는 내용도 많았다.


   튀김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한 적은 없는만큼, 책 내용은 대부분 새로이 안 사실이었다. 그 중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2장 <세상에 튀기기 못할 재료는 없다>다.


   2장에서는 일본의 튀김 요리 덴푸라를 선두로 총 일곱가지의 인기 튀김 요리를 역사부터 과학적 사실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로 파헤친다. 제일 기억에 남는 덴푸라의 이름 유래를 소개해본다.


   일본은 1543년 포르투갈 무역선 한 척이 표루한 것을 계기로 제한적으로 포르투갈과의 교역을 시작했다. 중세 포르투갈에서는 매 계절이 시작되는 3일간 육식을 절제하면서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전통이 있었는데, 그 기간을 '쿼터 템포라'라고 불렀다. 육식을 절제하는 것이 힘들었던 포르투갈 성직자들은 육식의 즐거움을 대신하기 위해 '피이시뉴 다 오르타'라는 야채 튀김을 만들어 먹었다. 이후는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어느 날, 한 일본인이 야채튀김 요리를 먹고 있던 포르투갈 성직자에게 물었다.

"지금 먹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나 성직자는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일본인의 질문을 '왜 그런 요리를 먹느냐?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말았다. 성직자는 "쿼터 템포라"라고 대답한 후 친절하게 그 유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 일본인도 성직자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서 튀김 요리를 일컬어 '덴푸라'라고 부르게 되었다. 


   너무나 지어낸 이야기 같아 따로 검색을 해보니, 유럭한 설 중 하나인 것 같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흥미로운 이야기는 확실했다. 라멘 또한 중국의 면 요리 납면(라이미엔)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두 개가 전부 다른나라 말에서 유래했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 외에 일본식 '돈카츠'와 우리나라의 '돈까스', 일본의 '라멘'과 우리나라의 '라면'을 구분해서 설명해 주는 것도 좋았다.


   주로 과학 이야기를 다룬 3장은 분자요리학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는데, 분자요리학이라는 것 자체를 처음 들어봐서 흥미로웠다. 분자요리학은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수준의 물리적·화학적변화를 이용하여 요리의 식감과 풍미를 개선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한다. 바야흐로 탁월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학도 잘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의 요리를 돕기 위해, 다양한 과학 상식을 전달해준다. 


   책은 단순히 교양이 될 이야기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튀김 반죽용 밀가루는 박력분이 좋고 부침가루는 중력분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별로다, 튀김 조리에는 발연점이 높은 유지 - 대두유, 옥수수유 등 -을 사용해라, 등 실용적인 이야기도 꽤 있다. 


   마지막 6장에서 저자는 칩 팬과 웍, 심지어 업소용 튀김기 까지 자세하게 파헤친다. 이것을 보면서 저자가 얼마나 튀김을 좋아하고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책은 24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구성이 좋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서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로 질문을 던진 후 크게 만족할만한 답을 주지 않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프렌치프라이를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이라는 문단에서는 프렌치프라이의 좋지 않은 점을 설명하고, 결론은 '적당히 먹어라'였다. 물론 이게 최고의 답이겠지만 더 납득갈만한 답을 기대했던 나는 아쉬웠다. (물론 좋지 않은 점 중 하나인 아크릴아미드의 대책으로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라는 팁은 있었다.)


   그래도 나 또한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책이었다. 책도 재밌게 읽은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책을 펴낸 저자의 자세도 본받을 만 했다. 딱히 튀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였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튀김,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지려나?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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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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