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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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글쓴이
스미노 요루 저
소미미디어
평균
별점9.3 (33)
미우

 

 내가 처음 '스미노 요루'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소설 덕분이다. 소설로 읽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췌장에 병을 앓고 있는 소녀와 만난 주인공이 함께 살아가는 의미와 살아가는 기쁨을 찾아내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국에서도 개봉하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 이후에도 읽어볼 수 있었던 스미노 요루의 여러 작품은 하나부터 열까지 책을 읽는 독자에게 '넌 계속 살아가야 해! 네 삶은 네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불치병을 가진 소녀와 주인공의 만남을 통해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게 아니라 삶의 진한 감동을 독자에게 안겨주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스미노 요루의 새로운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는 그동안 스미노 요루가 집필한 다른 어떤 작품과 달리 불치병 소녀가 등장하지도 않고, 고등학교를 다니는 주인공과 히로인을 메인으로 내세우지도 않는다. 이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한 주인공을 내세워서 대학에서 보내는 시간과 대학 졸업을 앞두고 하게 되는 여러 고민과 생각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는 일과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는 일은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 닮은 일이다. 두 개의 졸업 모두 지금까지의 인간 관계와 다른 인간 관계를 맺게 되고, 조금 더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만큼 책임과 의무도 늘어나는 졸업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처음 대학생이 되었을 때, 혹은 처음 직장인이 되었을 때를 기억하는가?


 내가 처음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애초에 교우 관계가 넓지 않았던 나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인간 관계를 형성해야 했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서투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지냈다. 나는 대학에서 단 한번도 MT 같은 학교에서 주도하는 행사에 참여한 적도 없었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마치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다바타 가에데처럼 늘 사람과 거리를 두고 지내면서 필요할 때만 사람을 만났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처음 대학에 들어간 1년과 공익 근무를 마치고 다시 들어간 대학 생활을 많이 달랐다. 대학에 복귀하기 전에 '자퇴할까? 계속 다닐까?' 고민하다가 나는 계속 다닌다는 선택지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계속해서 대학에 다닌다는 선택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공익 근무를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 생활을 배울 수 있었고,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타인과 거리를 두고 지내기만 했던 내가 조금씩 남과 어울리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에 대학에 돌아왔을 때 조금씩 나를 바꾸기 위한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대학에는 도전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았다.


 대학에서 진행한 일본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한일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경험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고, 내가 항상 잘 대처했던 건 아니다.


 처음 참여했던 일본 홈스테이 프로그램에서는 낯선 일본 가정에서 지내면서 사실상 얼어서 지냈고, 한일 교류 프로그램에서는 역시 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갈등을 빚기도 했고, 인턴십 프로그램은 그나마 앞선 두 프로그램의 경험 덕분에 나았지만 주도적인 역할은 하지 못했다. 지나고 나면 항상 후회와 반성이 남았던 그런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스미노 요루의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는 문득 그렇게 지나간 나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주인공 다바타 가에데가 대학에서 보낸 시간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모습을 통해서 책을 읽는 독자는 자연히 내가 보낸 시간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인공 다바타 가에데가 대학 졸업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려는 일을 노심초사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주인공 다바타 가에데가 대학에 올라와서 만난 이상을 추구하는 친구 아키요시. 그녀와 함께 만든 모아이라는 동아리가 지난 3년 동안 지나치게 변질되면서 그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모아이 동아리를 자신과 함께 만들었던 아키요시가 추구했던 진정한 나를 추구하는 동아리고 되돌리고자 했다. 그래서 다바타가 선택한 것은 지금의 모아이를 철저히 부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다바타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다바타가 하고 싶었던 것은 모아이를 부수면서 아키요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었다. 다바타가 아키요시에게 상처를 준 이후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다바타는 어떻게 해서라도 아키요시를 다시 만나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넘어지고 까이면서도 앞으로 나선다.


 이 장면은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 장면이 끝난 이후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는 직장인이 되어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위해 대학을 찾은 다바타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서 다바타는 다시 아키요시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를 읽어보기 바란다.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는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대학생이 되고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고 해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 그 실수를 통해 배우는 아린 상처와 깨닫게 되는 여린 마음. 정말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한 권을 읽으면서 만난 다바타의 이야기를 통해 깊이 공감하며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읽은 스미노 요루의 작품과 달리 삶의 눈부신 아름다움 혹은 애절한 사랑을 그린 것과 전혀 다른 작품인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하지만 이렇게 대학이라는 시공간의 리얼리트를 듬뿍 담아서 그리는 청춘의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주인공 다바타와 비슷한 청춘을 보냈지만 아직 다바타만큼 어른이 되지 못했기에 나는 책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았다.


 만약 오늘 당신이 지금의 나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나 지나간 시간에 대해 의미가 있었는지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스미노 요루의 이 소설 <어리고 아리고 여러서>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분명히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깨닫거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참, 두고 두고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이 장면을 남기고 싶다.


"아뇨, 꼭 반듯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기보다 뭔가 제대로 해내야 한다, 제대로 해내는 게 당연하다, 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근데 사실 인간이란 게 다들 별거 없잖아요?"

다들 별거 없다.....

분명 나는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을 하고 시답잖은 감정을 품고, 그런 삶을 살아왔다.

"다바타 씨도 히어로 선배도 각자 위치는 다르지만, 뭔가 제대로 못할 때도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싶더라고요. 내 생각에는, 아까 그게 퍼뜩 생각나서 히어로 선배 얘기를 잠깐 꺼냈었지만, 아무튼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면, 이 얘기를 어제 히어로 선배에게도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실은 다들 텅 빈 껍데기예요. 나도 텅텅 비었고, 다바타 씨 자신이 말한 다바타 씨처럼."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순간적으로 상대의 의견을 부정해버렸다. 어제부터 나의 인생 테마가 번번이 어긋나고 있다. 하지만 본심이기는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와하라 씨를 나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으로 묶는다는 것은 너무도 미안한 일이다.

의견을 부정했는데도 가와하라 씨는 왜 그런지 씨익 웃고 있었다.

"괜찮아요, 제대로 못한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채워달라고 하면 되나까요."

"그런 걸까요?"

"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고 땡땡이를 칠 때도 별 말 없이 도와주는 선배님들도 있잖아요?" (본문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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