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2020

이야기
- 작성일
- 2018.10.29
거장과 마르가리따 (하)
- 글쓴이
- 미하일 불가코프 저
열린책들
악마 볼란드가 등장하는 처음부터 사람이 죽고,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자기집에서 먼 지방으로 순간이동(텔레포트)되고, 발가벗겨지고, 목이 달아나는 등 기괴하고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지만, 이것은 풍자라는 것을 아는 만큼 "쇼"처럼 느껴진다. 이 모든 상황을 즐기며 관람하게 된다. 거장이 쓴 본디오 빌라도 이야기의 처음, 예수아 노-가리쯔와 빌라도의 대화는 예수를 모독하는 듯 보여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는 좀 다르다. 거장이 쓴 소설은 예수아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본디오 빌라도의 고뇌를 담고 있다.
1권에서 악마 볼란드가 모스끄바의 여러 인물들을 조롱하는 것과 달리 2권에서는 거장의 여자이자 여주인공인 마르가리따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악마 볼란드가 주최한 연회에 죄인으로 죽은 많은 영혼들이 등장한다. 연회가 끝난 후 연회의 여주인 역할을 잘 해준 마르가리따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는데 마르가리따는 연회에 등장했던 한 영혼을 구원하는 데 써버린다. 볼란드는 자신을 위해 쓰라고 말하며 거장을 소환한다. 거장은 악마 볼란드를 통해 자신을 얽어매고 있던 비판들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 마르가리따와 불태웠던 원고를 다시 얻어 집으로 돌아온다. 거장과 마르가리따가 이로써 행복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인가 하지만, 볼란드는 레위 마태의 부탁을 받아드려 그 둘에게 영원한 안식, 즉 죽음으로서 그 둘을 구원한다. 이것은 역설적이지만 이 모든 풍자들이 이 둘의 죽음을 위해 달려왔음을 그리고 얼마나 장엄하고 정숙한 이야기인가 느끼게 한다.
이 책은 불가꼬프의 미완성작으로 군데군데 앞뒤가 안맞는 설정이 사소하게 발견되고 있지만, 이 말이 안되는 것같은 악마에 관한 방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치밀하게 직조하고 정성들여 써나갔는지 느끼게 된다. <거장과 마르가리따>에 등장하는 악마 볼란드는 절대악이 아니다. 분명 사람들을 조롱하고 곤경에 빠뜨리고 제 좋을대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악을 행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 세상을 움직이는 신에 대한 불가꼬프의 생각을 감히 볼란드를 통해 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탈린의 철권 통치를 풍자하며 쓴 소설이라고 하지만 <거장과 마르가리따>를 읽다보면 시대에 매여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위대한 고전이 그러하듯 시대를 초월하여 읽는 이에게 현재를 생각하게 한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 고통받던 본디오 빌라도가 구원을 받고, 거장과 마르가리따는 피안의 세계에 이른다. 악마의 장난으로 곤경에 처해졌던 이들도 악마를 만나기 전과 후에 다른 사람을 살아가는데 '자기'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암울하지만 악동의 쇼같이 느껴지는 이 이야기는 구원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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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6
- 작성일
- 2018. 10. 30.
@나날이
- 작성일
- 2018. 10. 30.
- 작성일
- 2018. 10. 30.
@세상의중심예란
- 작성일
- 2018. 10. 31.
- 작성일
- 2018. 11. 1.
@파란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