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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물 이야기
글쓴이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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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8.9 (35)
쿠키D

 

 

 "가난뱅이는 일하고 또 일하고, 평생 일만 하면서 살아가는 거다. 특히 너는 그렇게 몸집이 크니 제대로 된 인연은 없을 게다. 스스로 벌어서 잘 살아야 한다고, 저는 줄곧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세이도 여자요."

 "여자라도, 여자 같은 꿈을 꾸면 살아갈 수 없는 여자도 있습니다."

 그 말에는 모시치도 말문이 막혔다.

 "오토지로에게는 화가 나지 않소?"

 "화내 봐야 별 수 없지요." 이노스케는 입 끝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오세이는, 내가 오토지로 씨와 혼인하면 아버지도 조금은 나은 생활을 하게 해드릴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요. 분명히 오토지로라는 사람은 가게 일꾼입니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오세이가 분수에 맞지 않는 꿈을 꾸고 만 것도 어쩔 수 없어요. 저는 말입니다, 대장님, 오세이가 죽을 때까지 그런 즐거운 꿈을 꿀 수 있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녀석이 스스로 물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좋은 꿈을 꾸면서 살해되었다고 하는 쪽이 훨씬 마음이 편해요. 상대 남자가 어떻든 상관없습니다. 애초에 오세이가 잘못한 거니까요."

 완전히 체념한 말투였다. 

30-31쪽  [오세이 살해 사건] 중에서

 

"우동 국물이 아니라 된장으로 국물을 낸 수제비라. 하지만 얼핏 보아서는 이것도 순뭇국으로 보이는구려."

 "둥글고 흰 것이 떠 있을 뿐이니까요"하고 주인도 말했다. "맛을 보지 않으면 순무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대개 수제비는 우동 국물 속에 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군 겉모습만 보고 그렇게 결론을 내려 버리겠지."

 그렇게 말했을 때, 모시치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겉모습만 보고 결론을 내려 버린다. 수제비는 우동 국물. 된장 속에 떠 있으면 순무라고.

 모시치는 입을 딱 벌렸다.

 46-47쪽 [오세이 살해 사건] 중에서

 

아이를 다섯 명이나 죽여 놓고 본인은 태연한 얼굴로 밥을 먹거나 바느질을 배우거나 베개를 높이고 잠들거나 한다-.

 문득 등골이 오싹해졌다.

 오유라는 아가씨의 눈에는 이나리 신사에 숨어 살던 아이들이 초간장이 뿌려지고도 아직 팔딱팔딱 움직이는 뱅어처럼 보일 뿐이었던 게 아닐까. 예를 들면 그들이 바라보거나 그들을 바라보아도, 뱅어의 점 같은 눈이 나를 바라보았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감정밖에 느끼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그러니 산채로 꿀떡 삼켜 버려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다.

 82쪽 [뱅어의 눈] 중에서

 

 지금 오센의 마음속에는 긴자의 큰 저울보다도 더 큰 저울이 있고 오른쪽 접시에는 그녀의 꿈이, 왼쪽 접시에는 경계심이 올려져 있다. 저울은 계속해서 흔들흔들 흔들리고, 오른쪽이 올라갔다 왼쪽이 올라갔다 하고 있다. 모시치에게는 그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102쪽 [천 냥짜리 가다랑어] 중에서

 

 

 "그럼 그 천 냥은 무슨 속셈이었나? 오하루의 집에 베풀어 줄 생각이었나? 아니면 그런 이상한 짓을 저질러서 그 집과 인연을 맺고 싶었나? 갑자기 찾아와서 오하루, 네 친부모는 우리다, 라고 말하고 사과할 용기는 없었나? 그래서 잔재주를 부리려고 한겐가?"

 이세야의 주인은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 애가 행복해지기를 바랐습니다. 행상을 다니는 생선 장수의 딸이라니, 너무 불쌍해요 -"

 "행상꾼이 어디가 나쁘단 말인가? 오하루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네. 그 애는 자네들의 아이가 아니야. 자네들의 아기는 십삼년 전에 버려졌을 때 죽었네. 몇 천 냔을 내도, 도로 사 올 수는 없어."

 123쪽 [천 냥짜리 가다랑어] 중에서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꼬마가 무슨 나쁜 기운을 알겠나"하고 모시치는 내뱉었다.

 아사타로가 세이지로를 죽였을 때, 거기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먹고살기도 힘든 백성의 눈에, 에도 아가씨 오린의 그 화려한 옷이 어떻게 비쳤을까. 내일 먹을 밥도 없어서 머리를 숙이러 온 형에게 빌려 줄 돈은 없다고 말하면서. 먹는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정교한 세공을 한 마른 과자 상자를 선물로 내미는 동생을, 아사타로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형제가 아니었으며 좋았을 텐데.'

 그런 마음을, 고작해야 열 살짜리 꼬마가 어떻게 알겠는가.

 160-161쪽   [다로 감, 지로 감] 중에서

 

 오킨은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는 모시치가 이상하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태연하게 지껄였다.

 "어머나, 당연히 돌아오겠지요. 우리 재산을 물려받는 건데요. 하나카와도의 뱃집 주인 따위로 끝나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인생이잖아요."

 이런 점에서 오킨의 이름이 그 실체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모시치는 생각했다. 마쓰이야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단순명쾌하다면, 그들이 말하는 '매끄럽고 사이좋다'는 것도 그다지 믿을만한 것은 못 될 성싶다. 중요한 것은 돈, 많은 재산이 이어 주고 있을 뿐인 인연이 아닐까.

 384쪽   [도깨비는 밖으로] 중에서

 

 자신들의 사정으로 놀고먹게 해 주어, 히사이치에게서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기회를 빼앗아 왔다는 사정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를 잘라내고 무일푼으로 내쫓고도 천연덕스러웠으리라.

 도깨비는 바깥으로.

 삼십년 전, 주하치로는 그렇게 생가에서 쫓겨났다. 오 년 전에 오스에가 죽었을 때, 히사이치는 이번에는 자신이 '도깨비는 바깥'으로 쫓겨날 차례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책략을 꾸몄다.

 모시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주하치로는 비록 생각에서 쫓겨났지만 양가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유부초밥 가게 주인이 마련해 둔 긴 의자처럼, 넓은 세상에는 쫓겨난 도깨비에게 앉을 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428쪽 [도깨비는 밖으로] 중에서

 

------------------------------------------------------------------------

 

살인이나 실종 혹은 도깨비 같은 것들이 일으키는 사건과 사고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기이한 일 즉 미스테리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진짜 미스터리는 사람의 마음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한편으로 돈 위에 세운 관계와 팔자를 자기 것으로 삼아 살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

 

미야베 미유키는 사건을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사건을 부르는 사람의 마음을 묘사한다.

그래서 그가 쓰는 작품은 재미가 있으며 공감을 부른다.

그럴만한 깊이가 있기에 많은 독자들은 그의 작품을 사랑한다.

나 역시.

 

휴가 길에 그의 작품 특히 에도시대와 당시의 음식 문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 책, [맏물 이야기]를 택한 것은 너무나 좋은 그리고 옳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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